충북 제천에서 창단한 장애인 극단 ‘마중’의 단원들. 사진 마중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제공
“무대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하고, 관객들에게 박수받는 게 너무 좋아요. 연극이 너무 재미있어요.”
연극으로 장애의 차별과 편견을 깨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 있다. 충북 제천 극단 ‘마중’이다. 마중 단원 9명은 지적장애 1~2급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한걸음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중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을 한다.
이들은 국어·합창·교양·요가·수학 등 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연극을 익혔다. 지난 4월부터 월요일마다 2시간씩 연극을 익혔다.
서울 대학로 무대에 섰던 민병삼(53)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팀장이 이들을 도왔다. 민 팀장은 “장애인들의 닫혀 있는 마음을 열게 하려고 연극 수업을 했는데 너무 열심인 데다 재미있어 한다. 배역에 대한 감정이입, 몰입 등은 여느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나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수업의 하나로 연극을 익히던 이들은 지난 9월30일 아예 극단을 창단했다. 지난달 2일엔 창작극 <친절한 미경씨>와 <그놈의 사랑>을 제천 의림지 솔밭공원 무대에서 선보였다. ‘친절한 미경씨’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하는 손미경(52)씨의 자전적 실화를 토대로 민 팀장이 각본을 썼다. 당연히 손씨가 주인공이다. 손씨는 “제천시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 가족, 친구 등이 공연을 보러와 너무 좋았다. 나 스스로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놈의 사랑’도 장애인을 보는 사회의 편견,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그렸다. 주인공 김혜경(39)씨는 “연극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 연극을 통해 우리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극단 마중은 지난달 제천 고암동에 231㎡ 규모의 소극장도 개관하고 관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민 팀장은 “지난달 두 차례 공연을 했는데 이미 대전, 안양 등에서도 공연 문의가 오는 등 반응이 좋다. 단원을 더 모아 어엿한 극단을 만들고 싶다. 장애인이 만든 장애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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