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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활자 ‘직지‘, 서양 ‘구텐베르크 성서’에 영향 줬을까?

등록 2021-11-10 17:51수정 2021-11-10 19:54

2021청주 직지 국제포럼서 동서양 인쇄 문화 비교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 하권 표지.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 하권 표지.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직지〉로 대표되는 한국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 성서 등 서양 인쇄 문화에 영향을 줬을까?

2021 청주 직지국제 포럼이 10일 충북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개막했다. 11일까지 온라인 화상으로 이어지는 포럼에는 활자, 인쇄, 종이 문화 관련 세계적 석학과 연구자 등 16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직지〉 등 한국금속활자인쇄술이 동서양 문화 교류 속에서 유럽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직지〉는 금속활자로 찍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본 이름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권 두 권을 간행했지만, 지금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있다. 서양 인쇄술을 대표하는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 간행)보다 78년 앞서 간행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포럼에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는 한국 금속활자의 모방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한 폴커 베나트 바겐호프 구텐베르크 박물관 기술분야 큐레이터는 한국 금속활자의 구텐베르크 활자 영향에 선을 그었다. 그는 “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이 유럽으로 전수됐다는 역사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크로드가 ‘활자로드’ 구실도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결정적 증거를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기술 혁신은 한국 등 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자적 업적이다. 구텐베르크가 한국의 활자 체계를 모방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금속활자는 세계 변혁의 주체인가?’라는 발표를 한 올리비에 드로뇽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도 “한국의 활판 인쇄술이 직·간접적으로 서양에 전달됐다는 설득력 있는 자료는 현재까지 없다. 앞으로도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다만 기술의 확산보다 아이디어·영향력의 확산이라는 문화적 전파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직지〉 하권 마지막 장.
〈직지〉 하권 마지막 장.
실크로드가 동서양 문화 교류 구실을 한 것처럼 동서양의 활자 교류를 잇는 ‘활자로드’ 가능성도 제기됐다. 황정하 세계직지문화협회 사무총장은 ‘동서양 금속활자 인쇄술의 비교 연구’에서 “세계 인쇄문화사에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과 독일 구텐베르크 사이에 금속활자 인쇄에 관한 정보가 교환됐을 수도 있다. 실크로드를 통한 금속활자 인쇄술의 서양 전파를 일컫는 ‘활자로드’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혜은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활자로드’ 가능성을 제기할 순 있지만 현재까지 학계 연구 성과로 동양 금속활자 인쇄술의 서양 전파를 논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활자 그 위대한 발명’이란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송했던 남윤성 전 〈청주 문화방송〉 편성 제작국장은 “시기상 조선 초기 금속활자 인쇄술이 서양으로 넘어가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제 국가가 나서 ‘활자로드’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고인쇄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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