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충북 청주 내곡초 앞에 설치된 근조 화환.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은 교육청이 추진하는 모듈러 교실 설치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화환을 설치했다. 독자 제공
학교 주변 택지 개발 등으로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과밀이 예상되는 충북 청주 내곡초등학교 안에 ‘모듈러 교실’(조립식 교실)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충북교육청과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이 마찰을 빚고 있다.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은 지난 4일 학교 앞에 ‘누구를 위한 컨테이너 교실인가’, ‘엄마·아빠 힘이 없어’, ‘누구를 위한 모듈러 교실인가’ 등의 글을 단 근조 화환을 학교 앞에 설치했다가 치웠다. 충북교육청은 이날 이들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충북교육청은 5일 “4일 오후 4시에 이어 저녁 7시부터 5일 새벽 5시40분께까지 마라톤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의 모듈러 교실에 관한 반감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는 10~11일께 다시 만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은 △학교 증축 전면 재검토와 학부모 의견 재수렴 △증축 철회 뒤 2022년 특별실·관리실 전용 배치 △학교 설치 추진 △교육감 면담 등을 요구했다.
내곡초 컨테이너 교실을 반대하는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은 지난 4일 낸 성명에서 “우리 아이들을 컨테이너의 불안한 환경에 맡기고 싶지 않다. 충북교육청은 컨테이너 교실 설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내곡초만 학부모 몰래 도둑·졸속 행정을 추진해 피해를 봐야 하는지 해명하라. 컨테이너 교실 사업의 선정·진행 경위를 공개하고, 컨테이너 계획 철회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충북교육청이 과밀 학급 해소의 하나로 학교 안에 ‘모듈러 교실’(조립식 교실) 설치를 추진하자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은 내년 2월까지 92억2천만원(용지 14억1천만원, 건축비 78억1천만원)을 들여 이 학교 운동장 등 2956㎡ 용지에 학습 공간 30실(1002㎡, 교실 20실, 특별실 10실), 체육장 422㎡, 급식실 371㎡ 등을 갖춘 조립식 교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김용성 충북교육청 행정과 사무관은 “청주 테크노폴리스를 개발하면서 지금 학급당 28.4명인 학생이 내년 33.9명으로 급증하는 등 학생 급증이 예상돼 모듈러 교실 설치를 계획했다. 1월 학부모·학교운영위원회 등 교육공동체와 협의한 데 이어 2월 자체투자심사위원회, 4월 충북도의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충북교육청은 내곡초가 학생수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년 113명이 졸업하지만 입학 예정은 324명이다. 그 이듬해엔 156명이 졸업하고 255명이 입학하며, 2024년이 되면 198명이 졸업하고 274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교육청은 지금 42학급 1194명(학급당 28.4명)이지만 내년 1423명, 2023년 1543명, 2024년 1619명, 2025년 1640명 등으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내곡초 학부모·예비 학부모 등은 “교육청 등이 학부모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컨테이너 교실 설치를 강행한다. 위험한 컨테이너 교실 대신 기존 교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조립식 교실이 ‘한시적’이며, ‘컨테이너 교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사무관은 “주변에 학교 신설이 예정된 용지가 3곳 있다. 한 곳은 내년 상반기까지 문화재 발굴·용역이 진행 중이다. 사업 승인·계획 등 학교 신설 절차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6년 3월께 학교가 들어선다. 학생들의 수업권 등을 고려해 학교 신축 전까지 한시적으로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 형태가 아니며, 진도 7의 내진 성능, 화재 등은 현행 법규 기준보다 뛰어나고 안전성도 검증됐다. 공사 기간이 짧고 철거한 뒤 재활용률도 높아 선택했다. 서울·경기·부산 등 곳곳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했고, 이들 지역 교실 견학도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한겨레 충청 기사 더 보기
▶오윤주 기자의 기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