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섭 진천군수(왼쪽) 등이 25일 진천군 덕산읍 충북 혁신도시 출장소에서 아프간 공로자 수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진천군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도왔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이 국내에 입국해 충북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머문다. 진천 주민들은 인도적·대승적 차원에서 이들의 체류를 수용했지만, 테러 위험이나 상권 위축 가능성 등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곳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감염증을 피해 입국한 중국 우한 교민이 머무르기도 했다.
25일 충북도, 진천군, 법무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아프간에서 국내로 이송될 아프간 주민 400명 안팎이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국가인재원)에 수용될 예정이다.
윤창열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오전 진천군 덕산읍 충북 혁신도시 출장소에서 주민 대표 등과 한 간담회에서 “이들은 아프간 현지 학교·병원·대사관 등에서 협력해준 분들로, 현지에서 안전 위협을 받아 일시적으로 체류시키기로 했다. 수용 인원은 유동적이지만 80가구 400명 이하이며, 5살 이하가 100여명으로 가족 단위다. 내일이나 모레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시설 대부분 수용시설로 활용하고 있어 400명 규모의 시설이 없는 데다, 가족 단위 다인실이 필요해 국가 인재원을 선택했다. 6~8주 정도 임시 체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창원 국가인재원장은 “진천·음성 주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어려울 때 이해해줘 존경스럽다”고 했다.
한국 정부 활동을 도왔던 아프간 현지 직원과 가족 400명 안팎을 수용할 충북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오윤주 기자
충북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누리집.
이들이 머물 국가인재원은 충북 혁신도시 동남쪽 13만3천㎡에 조성된 공공기관으로,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상가 등과는 수백 미터 떨어져 있어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등 관리가 용이하다. 이곳엔 업무동·교육시설·기숙사·매점·식당·강의실·강당 등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아프간인들이 생활할 기숙사는 1~4인실 219실이 있다.
주민 대표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들의 임시 체류를 수용하기로 했지만, 안전 대책을 요구했다.
유재윤 진천군 이장단협의회장은 “우한 교민 수용에 이어 아프간 협력자들이 진천으로 오는 게 크게 반길 일은 아니지만 막을 일도 아니라고 본다. 불안 속에 떨었을 이들이 편하게 잘 지내다 가길 기대한다. 이장단협의회 등을 열어 이들을 환영하는 펼침막 게재, 성금·성품 전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윤진 덕산읍 이장단협의회장은 “덕산읍 사회단체, 주민 등이 격론 끝에 인도적·대승적 차원에서 이들을 맞기로 했다. 테러 등 안전 대책에 관한 주민 불안이 여전하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가운데) 등이 25일 진천군 덕산읍 충북 혁신도시 출장소에서 아프간 공로자 수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진천군
이에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이들은 현지 엘리트로 일반 난민과 다르고, 신원이 확실한 데다 가족 단위여서 치안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 경찰 기동대, 법무부, 범정부지원단 등이 24시간 테러 등에 철저하게 대비할 계획이다. 코로나에 대비해 정밀 진단검사와 격리 등을 철저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들의 체류로 지역 상권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한 주민은 “우한 교민에 이어 아프간 협력자 체류로 다시 얼어붙을 상권이 걱정이다. 혁신도시가 호구냐”라고 따졌다. 이에 윤 국무1차장은 “혁신도시에만 지원금을 더 주기는 쉽지 않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물품 구매는 혁신도시 안에서 해결하고, 백신 지원 등도 정부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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