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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물 방제관이다’…과수 화상병 방제 수기 눈길

등록 2021-07-13 17:47수정 2021-07-14 02:31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대상 등 3편 선정
과수 화상병 방제 체험 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우수영(왼쪽 셋째) 농촌지도사 등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과수 화상병 방제 체험 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우수영(왼쪽 셋째) 농촌지도사 등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32도를 넘나드는 날씨, 경사 있는 1만2천평 산을 올랐다. 1000그루 사과나무에서 양성이 나왔다. 가장 힘든 이는 생계를 잃은 농업인이다.”

충북 충주시 농업기술센터가 공모한 과수 화상병 방제 체험수기에서 대상을 받은 우수영(26) 농촌지도사의 ‘나는 2년 차 식물 방제관이다’의 한 부분이다. 충주농업기술센터는 직원 등을 대상으로 과수 화상병 방제 체험 수기를 공모했고, 우 지도사 등 3명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상금과 함께 정진영 충주 농업기술센터 소장이 키운 열무를 부상으로 받았다. 이들의 수기는 지역언론 지면에 실릴 예정이다.

우 지도사는 공직 생활 4개월째인 지난 2019년 6월 충주지역을 중심으로 과수 화상병이 번지자 식물 방제관으로 농촌 곳곳을 누비며 과수 화상병 진단·방제 등의 일을 해왔다. 우 지도사는 수기에서 “과수 화상병은 한 주가 감염되면 나머지 나무에 순식간에 퍼져 코로나와 비슷하다. 코로나는 나을 수 있지만 화상병은 치료제가 없어 (나무를) 매몰한다”고 썼다. 우 지도사는 방제관의 일상과 화상병으로 과수를 땅에 묻어야 하는 농민들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권인숙(26) 농촌지도사는 ‘화상병의 꺼져가는 불씨로부터 농촌지도사로서 타오르는 불씨로’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권 지도사는 “과수 화상병은 잎이 타들어 가는 증상처럼 우리에게 5월의 불같이 다가왔다. 과수원집 딸로 사과에 애정이 있던 터라 양성 판정을 내릴 때마다 안타까웠다. 농업인의 모습에 부모님의 모습이 비쳐 눈물 훔친 적도 있었다”고 썼다. 권 지도사는 2019년 11월 새내기 공무원이 된 이후 과수 화상병 현장을 누비고 있다.

과수 화상병은 사과·배 등 과일나무가 불에 덴 것처럼 검게 타들어 가는 병으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과수 에이즈’로 불린다. 경기 안성, 충남 천안 등 전국으로 번졌으며 특히 충주 쪽 피해가 컸다. 충주에선 지난해 농가 348곳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병해 189.4㏊에 이르는 과일나무를 땅에 묻었으며, 올해에도 156곳 농가 62.1㏊ 규모의 과일나무를 묻었다.

김현구(44) 충주농업기술센터 지도기획팀장은 “지난해와 올해 과수 화상병이 창궐하면서 수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았다. 과수 화상병 방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수기를 공모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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