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난 2일 충북도청 앞에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생활임금 조례 기원 박’ 터뜨리기 행위극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지역 노동·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충북도 생활임금 조례’ 제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7일 충북도, 충북도의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오는 13일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상정한다. 산업경제위를 통과하면,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의결한다.
생활임금은 노동자의 기본 생활 수준의 임금으로,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해 공공부문 노동자 등에게 적용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지만, 서울시의 생활임금은 1만702원이다. 자치단체의 생활임금은 대부분 1만원 안팎으로 최저임금보다 많다.
조례안은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충북비정규직본부)가 주민 발의했다. 이상식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더불어민주당)은 “조례 제정 원칙과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조례안을 부분 수정하는 선에서 통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의회는 민주당 27명, 국민의힘 5명 등으로 구성돼 있어 조례안 통과가 점쳐진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충북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5번째로 생활임금 조례를 갖게 된다. 지금까지 생활임금 조례가 없는 곳은 충북과 대구시, 경북도뿐이다.
충북지역 시민단체는 2018년부터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요구했지만, ‘예산 부족’ ‘민간 기업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며 충북도가 맞서는 바람에 막혀 있었다. 이에 민주노총 충북본부 등으로 이뤄진 충북비정규직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생활임금 조례 제정 주민 발의에 나서, 지난 2월 주민 1만3551명의 서명을 모아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 제정이 눈앞이지만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놓고 충북비정규직본부와 충북도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충북도는 조례가 통과되면 도와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870여명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충북비정규직본부는 도에 공사·용역을 제공하는 기관·단체, 이들 기관·단체의 하수급인이 고용한 노동자 등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직 충북비정규직본부 집행위원장은 “공공부문 임금인상 효과가 민간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게 공공 업무를 하는 파견·용역·위탁 업무 노동자까지 생활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동현 충북도 일자리정책과 주무관은 “지방계약법상 민간 영역 노동자에게까지 생활임금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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