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비내섬. 충주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지만, 이곳이 미군 훈련장으로 쓰이는 까닭에 진전이 더디다.
남한강변인 충북 충주시 앙성면에는 비내섬이 있다. 강모래 등이 쌓이면서 생긴 육지 섬으로 70만㎡에 이른다. 억새 등이 어우러진 비경에선 영화 <서부전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촬영이 수시로 이뤄진다.
국립생태원 습지센터가 지난 2018년 진행한 환경 조사에선 수달·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종 15종을 포함해 생물 865종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로 확인됐다.
충주시는 지난 2018년 11월30일 환경부에 비내섬 내륙과 수면 등 1.74㎢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습지보호지역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보전 가치가 빼어난 습지를 지정하는데, 국내엔 경남 창녕 우포늪, 낙동강하구 등 46곳1558.129㎢가 지정됐다. 충주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앞서 지난해 9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비내섬을 자연휴식지로 지정하고, 차량 출입을 통제한 뒤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곳이 미군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에 따른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헬기 이착륙 등 미군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안홍기 충주시 자연환경팀장은 “미군 훈련장으로 지정돼 분기당 12일씩 연간 48일 정도 훈련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100일 안팎 훈련이 이뤄질 때도 있다. 주로 헬기 이착륙 훈련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충주시는 비내섬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비내섬에서 1㎞ 안팎 떨어진 봉황섬, 여우섬 등을 미군 훈련 대안 장소로 제안했지만 국방부 등에선 수용하지 않았다. 안 팀장은 “주변 고압선, 진출입 다리 설치 등을 이유로 대안이 수용되지 않았다. 오는 8월께 국토교통부, 국방부, 원주지방환경청 등과 다시 협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주시는 비내섬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생태 관광·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9일 주민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적극적이다. 우재규 앙성온천관광협의회장은 “비내섬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뒤 전망대, 편의시설 등을 갖춘 낮은 단계 개발을 하면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생태 체험·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면 비내섬을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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