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초입인 청남대 관리사업소 주변으로 이전·설치된 전두환씨 동상. 10m 남짓 뒤에 노태우씨 동상이 있다.
전국 5·18민주화운동 단체 등이 철거를 요구한 옛 대통령 휴양지 청남대 안 전두환씨 동상이 노태우씨 동상 옆으로 이전·설치됐다.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30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등 전국 5·18관련 단체 20여곳이 꾸린 ‘5·18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국민행동) 등에 최근 이전·설치한 두 동상을 공개했다. 두 동상은 청남대 초입인 청남대 관리사무소 바로 뒤에 자리 잡았다.
애초 충북도는 지난 2015년 이곳에서 1㎞가량 떨어진 청남대 안 오각정 앞에 전씨 동상을 설치했다. 전씨가 대통령 시절 즐겨 찾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민행동이 지속해서 철거를 요구한 데다, 지난해 11월 황아무개(50)씨가 전씨 동상 목 부분을 훼손하면서 관리 문제가 부각하자, 최근 전씨 동상을 노씨 동상 곁으로 이전했다. 두 동상은 10m 남짓가량 떨어져 있다.
전씨 동상이 노씨 동상 앞에 자리하면서, 군사반란을 함께 일으킨 뒤 연이어 대통령을 한 것처럼 노씨가 전씨를 따르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두 동상 곁엔 그들의 죄명과 처벌을 담은 표지판이 섰다. 철거 대신 이전을 수용한 국민행동 쪽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전씨 표지판엔 ‘군사반란 주도, 권력 장악’(12·12사태), ‘계엄군 동원 5·18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 ‘초법적 조치로 사회 통제’ 등 과오와 ‘반란 수괴·내란 수괴·뇌물 등 9개 죄목으로 무기징역, 추징금 2205억원 확정 뒤 특별사면 등이 담겼다. 노씨 표지판에도 같은 과오와, ‘반란중요임무종사·내란중요임무종사·뇌물 등 8개 죄목으로 징역 17년 추징금 2628억원 확정 뒤 특별사면 등 죄목을 담았다.
‘5·18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30일 청남대 안 전, 노씨 동상 앞에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이날 이전·설치된 동상을 본 시민단체 등은 전씨의 사과를 요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영복 대전 충청 5·18민주유공자회 사무국장은 “법이 인정한 죄인들인데 웃는 얼굴의 동상으로 기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40년 전 광주에서 시민 606명을 학살한 주범들의 동상은 철거한 뒤 용광로에 녹여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성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청주 김수현드라마홀에서 열린 청남대 동상 처리방안 세미나에서 “5·18역사왜곡처벌법에 관련 조항을 마련해 동상 등으로 학살 반란자를 미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예 녹색시민회 대표는 “철거를 바랐던 전씨 동상은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옮긴 듯하다. 젊은이들과 함께 청남대를 민주화의 현장으로 탈바꿈하는 국민행동 시즌2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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