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부독재 시절 각종 정치공작과 고문 등이 이뤄졌던 서울 남산 옛 중앙정보부 터가 시민 휴식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는 2015년 1월부터 5년 동안 추진해온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을 마무리하고 9일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을 열었다. 남산예장공원 터는 한국 근현대의 한 맺힌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 침략의 교두보였던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들어섰고, 군부독재 시절엔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를 거쳐 현재는 국가정보원)가 자리 잡았다. 이번 재생사업으로 철거된 ‘학원 수사 담당’인
중앙정보부 6국(직전까지 서울시청 남산별관으로 사용)에서는 수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끌려와 고문을 당했다.
옛 중앙정보부 터인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 공원이 들어섰다. 서울시 제공
옛 중앙정보부 터인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 공원이 들어섰다. 서울시 제공
공원은 1만3036㎡ 규모로 서울광장의 2배 정도 되는 크기다. 시는 공원에 소나무 등 교목(큰 나무) 1642그루과 관목(작은 나무) 6만2033그루를 심었다.
공원 지하에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과 다섯 형제(건영·석영·철영·시영·호영)를 기념하는 ‘이회영기념관’이 들어섰다. 구한말 명문가 후손으로 대부호였던 이회영 선생과 형제들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전 재산을 처분해 압록강 건너 서간도로 이주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신흥무관학교’에서 배출한 독립투사들은 350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봉오동·청산리전투 승리의 주역이 되는 등 일제에 저항했다. 이회영기념관에는 이종걸(전 의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등 후손들이 기증한 유물과 우당 6형제의 독립운동 일대기 등이 상설 전시된다.
시는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이 주축이 된 봉오동·청산리전투를 기념하는 전시인 ‘체코 무기 특별전’도 연다. 독립군 연합부대가 1920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하던 체코군단으로부터 사들인 무기로 봉오동·청산리 전투 승리를 거둔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