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지난달 31일 오후 늦게 긴급 배포한 보도자료 갈무리.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달 31일 오후 늦게 급작스레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민에 다양한 혜택 제공’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1차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난 시민에게는 탄천·성남종합운동장 등 공공시설 운영의 입장료와 각종 프로그램 이용료를 50% 할인하거나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은수미 성남시장이 구단주인 성남프로축구단 홈경기 관람료를 면제해주는 방침도 세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료 뒷부분에는 “5월31일 0시 현재 성남시 예방접종률은 인구대비 8.6%이며 이는 전국 인구대비 10.5%보다 저조하다”는 은 시장의 ‘말씀’도 곁들여졌다.
성남시가 선제적인 ‘백신 접종 장려책’을 내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앞뒤 맥락을 살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로 전날 이웃한 안양시가 “1차 접종 후 2주가 지난 60살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에프시(FC)안양 축구경기 무료 입장, 공공체육시설 사용료 50%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양시는 ‘내년 시장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법 위반(기부행위) 소지가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1일 이런 장려책을 보류했다.
뒤따라 장려책을 발표한 성남시 역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에 질의는 했느냐’ ‘관련 법규는 검토했느냐’ 등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성남시중원구선관위도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이 법적 근거가 없다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성남시도 해당 장려책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면밀한 검토도 없이 이웃 지자체 정책 따라 하기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한 셈이다.
하지만 성남시 설명은 다르다.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해 구상 중인 내용을 보도자료로 낸 것뿐”이라는 반박이다. 그렇다면 인구 100만명에 가까운 지자체인 성남시 보도자료가 ‘아니면 말고’인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종잇장이란 말인가?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심도 있는 검토 과정을 거쳐 내놓는 방책이 지자체 정책 아닌가? 군색한 변명은 다른 정책의 신뢰성마저 무너뜨린다는 점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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