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은 몰라도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논의 경우 두루미, 재두루미 등 야생조류와 수원청개구리, 뜸부기 등 양서·파충류 종의 출현 지역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가에서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9년부터 12년째 파주, 연천, 철원 등 디엠제트 접경지역에서 농경지 변화와 두루미 등 야생생물 서식 실태조사를 해온 이수동 경상국립대 교수(사진·조경학과)는 지난 5월2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파주뿐 아니라 연천, 철원 등 두루미 주요 월동지의 서식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논 습지 보전을 위해 법적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파주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류는 임진강 변에 분포한 논을 중심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를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천과 연계된 소규모 논 경작지와 물때에 따라 드러나는 퇴적지는 생물다양성의 핵심지역이므로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민의 소득과 생활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논을 돈 버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보호지역을 추진하면서 농민에게 생태계서비스 직불제 등 보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면 토지주나 농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종합적으로 접근해 보호지역에서 논을 경작하는 농민에게 생물다양성 보호 차원에서 대가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임진강변 논 중심 위기종들 서식지
외지인들 땅장사 법으로 통제해야
농민들엔 직불제 보상금 지급 필요”
이 교수는 “디엠제트 일원 땅 70~80% 이상을 소유한 외지인들은 땅을 생태적 관심보다는 돈 가치를 높이는 데만 관심을 가지므로 국가가 법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논이 밭이나 시설로 바뀌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논을 유지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고 비닐하우스를 짓거나 쌀 대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주는 것은 산림청이 나무를 잘랐을 때 보조금을 주는 것과도 같다”며 논농사를 홀대하는 농업정책에도 쓴소리를 했다.
이 교수는 “두루미류 등 겨울철새가 파주 민통선 지역을 많이 찾고 오래 머무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등 급속한 기후변화 속에서 서식 환경이 다른 월동지와 견줘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보존·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운 뒤 설득·합의 과정을 거쳐 서식처 유지와 습지보호지역, 국립공원 등 지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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