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청의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홍보 동영상 갈무리.
서울 양천구가 목동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십년 된 큰 나무를 무더기로 베어내려 한다며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구청과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양천구청은 ‘파리공원 재조성’ 계획을 세웠다. 구청은 지난 4월 주민설명회를 연 데 이어 6월에 공사를 시작해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구청은 홍보 영상에서 “지난 35년간 파리공원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공원의 정체성이나 상징성이 약화하고 시설은 노후했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 모습. 양천구청은 이 터에 잔디마당과 커뮤니티센터 등을 세울 예정이다. 주민 서광원씨 제공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거목들을 잘라낸 뒤 커뮤니케이션센터 건물을 세우고 ‘잔디마당’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구청은 “아직 벨 나무의 수는 확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구청의 홍보 영상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잘릴 나무가 느티나무, 칠엽수, 전나무 등 큰 나무만 60여그루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주민 서광원씨는 “구청 계획대로라면 굵기가 140㎝, 높이가 10m 이상 되는 17그루를 비롯해 34년 전부터 파리공원과 함께해온 나무들이 무더기로 제거된다”며 “목동의 목(木)자가 ‘나무목’이다. 많은 사람이 공원을 찾는 건 수목이 굵고 풍성해서 그늘이 우거져 있고, 흙을 밟으며 삭막하지 않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서씨와 목동 주민 9명으로 구성된 ‘명상 모임’은 구청에 관련 민원을 제기해 구청 담당자로부터 “수형(나무 모양)이 불량한 수목만 선별 제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씨는 “공사를 하려는 의지가 강한 구청이 수형이 불량한지를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최근 주민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양천구청은 반대 주민들의 뜻은 존중하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한다는 방침이다. 김응순 환경녹지국장은 “(벌목을) 최소화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려고 한다”며 “나무를 그냥 두자는 의견도 타당한 면이 있지만, 더 많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한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서울 양천구청의 ‘파리공원 리노베이션’ 홍보 동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