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수도권

미루나무 두그루 ‘싹둑’ 잘리자…엄마들이 공원에 모였다

등록 2021-05-05 19:15수정 2021-05-06 14:29

주민들 직접 전문가 동행 현장조사 나서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보초맘’ 회원들이 이홍우 아보리스트(맨 오른쪽)한테서 최근 베어진 양버들 두그루가 기울어졌던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보초맘’ 회원들이 이홍우 아보리스트(맨 오른쪽)한테서 최근 베어진 양버들 두그루가 기울어졌던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린이날인 5일 아침 8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한켠에 사람들 몇몇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근 있었던 벌목과 벌목의 이유가 됐던 나무의 한쪽쏠림(기울어지기) 원인을 규명해보자는 자리였다. ‘보라매공원의 보초를 서는 맘들’(보초맘) 김미라 대표는 “주민들이 아끼는 나무인데 사전 공지도 없이 베어졌다”며 “정확히 원인을 파악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일렬로 늘어서 있던 양버들(미루나무) 여덟그루 가운데 두그루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10m 이상 곧게 쭉쭉 뻗어 자라 주민들이 아끼던 나무들 가운데 두그루가 지난달 들어 눈에 띄게 기울어졌고, 주민들은 지난달 22일 공원(동부공원녹지사업소)과 서울시에 “무작정 베지 말고 원인이 뭔지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드레 뒤인 30일 양버들 한그루가 잘려나갔다.

주민들은 이번엔 서울시 온라인민원창구인 ‘응답소’에 △왜 벌목을 했는지 △나무가 기운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조사를 했고 결과는 어땠는지 등을 묻는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고, 대신 사흘 뒤 또 한그루가 잘려나갔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보라매병원 쪽에는 여덟그루의 양버들이 한줄로 서 있다. 2017년 경전철 공사가 시작된 뒤 철제 울타리가 바짝 붙어 설치됐다. 지난달 22일 주민 공동체 ‘보초맘’이 찍은 사진이다. 이 가운데 두그루가 최근 베어졌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보라매병원 쪽에는 여덟그루의 양버들이 한줄로 서 있다. 2017년 경전철 공사가 시작된 뒤 철제 울타리가 바짝 붙어 설치됐다. 지난달 22일 주민 공동체 ‘보초맘’이 찍은 사진이다. 이 가운데 두그루가 최근 베어졌다.
결국 보초맘 등 주민들은 시민단체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쪽에 연락해, 이날 아침 아보리스트(수목관리전문가)와 함께 나무들이 기운 원인이 뭔지, 생육 환경은 어떤지 등을 조사했다.

보라매공원을 산책하던 학부모 모임에서 시작해 보라매공원과 근처 와우산의 나무와 새 등의 생태를 관찰, 기록하는 모임으로 발전한 보초맘 쪽은 보라매공원을 지하로 관통하는 신림선 경전철 공사와의 연관성을 의심한다. 2017년 2월 나무들 옆으로 바짝 붙어 공사용 펜스가 설치된 뒤 건강하기만 했던 양버들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잘린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양버들 둥치. 잘린 뒤 김미라 ‘보초맘’ 대표가 찍은 사진이다.
지난달 30일 잘린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의 양버들 둥치. 잘린 뒤 김미라 ‘보초맘’ 대표가 찍은 사진이다.
주민들 항의에 공원 쪽은 “양버들 나무들은 수명이 짧다. 기울어진 건 30∼40년생으로 수명이 다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언제 심어졌는지 등 객관적인 근거는 대지 못했다. 잘린 나무의 나이테 등을 살펴본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조경학 박사)는 전혀 다르게 설명했다. “양버들의 수명은 50년 정도인데, 이 나무들은 15~20년생으로 팔팔한 젊은 나무들”이라며 “나이테가 20개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양버들의 상태를 살펴본 이홍우 아보리스트는 “울타리 밖 공사장 쪽은 출입이 안 돼 뿌리 상태를 볼 수 없어 (잘린) 두그루가 기울었던 이유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건강했던 나무가 4년 만에 확 기울어진 데에는 분명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다행히 나머지 여섯그루 대부분은 건강한 상태였다. 다만, 한그루는 뿌리 손상에 의한 썩음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10월 보라매공원 텃밭 뒤로 양버들 나무들이 멀쩡하게 서 있다.
2015년 10월 보라매공원 텃밭 뒤로 양버들 나무들이 멀쩡하게 서 있다.
박미애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나무가 공사장 쪽으로 기울고 있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 때문에 빠르게 베어내게 됐다”며 “나무를 살리고 싶은 것은 공원이나 주민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주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사진 보초맘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