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을 대출받아 전철역 예정지 인근 땅에 투기한 혐의로 구속된 경기 포천시청 간부급 공무원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 공무원과 관련한 포천시청 감사에서 허위 감사문서를 만든 담당 공무원 2명도 수사 과정에서 적발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포천시청 과장 ㄱ씨와 공무원인 부인 ㄴ씨를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ㄱ씨 부부는 공동명의로 지난해 9월 포천시 내 도시철도 7호선 연장 노선 역사(가칭 소흘역) 예정지 인근의 땅 2600㎡와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사들였다. 매입 비용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마련했다. 이 부동산의 현재 시세는 100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ㄱ씨가 부동산 매입 전 해인 2019년 말까지 7호선 연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얻은 내부 정보로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는 주민 공청회로 해당 정보가 알려지기 약 5개월 전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 외에도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문서를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ㄱ씨가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확인했다. ㄱ씨는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구체적인 지하철역 예정 부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으나 지난달 말 구속됐다.
경찰은 ㄱ씨의 다른 부동산 거래내역 3건을 확인하고 토지 매매 과정을 분석 중이다. 이들 토지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해 추가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ㄱ씨 대한 감사를 진행하며 감사 문답서를 허위로 작성한 공무원 ㄷ씨와 ㄹ씨도 함께 송치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 시청 차원의 감사를 담당하며 ㄱ씨와 ㄴ씨에게 감사 질문 내용을 주고 답변을 받았으면서도 감사 문답서는 마치 대면조사를 한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답변서를 서면으로 받는 방식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들이 만든 문서는 실제 대면 조사처럼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지는 등 허위로 꾸며져 있었다”며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공문서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번에 송치된 4명을 제외하고 총 24명을 수사 또는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선출직 포함 공무원 5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 6명, 일반인 13명이다. 혐의 유형별로는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 이용 부동산 취득 11건, 투기목적 농지매입 3건, 수용지 지장물 보상 관련 불법 알선 1건 등 수사 4건, 내사 11건이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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