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국립수목원이 6일 동북아시아 특산식물 ‘앉은부채’의 꽃가루 매개자가 양봉꿀벌인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북아시아 지역에만 자라는 앉은부채(Symplocarpus renifolius)는 다년생 식물로서 일찍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대표 식물이지만 이전까지 개화와 번식 과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국립수목원은 이른 봄에 개화하는 앉은부채와 같은 식물들을 대상으로 화분 매개자를 관찰 조사하던 중, 매개자 활동을 벌이는 벌류를 집단으로 발견했고, 이들이 모두 양봉꿀벌(Apis mellifera)인 것으로 확인했다. 꽃가루 매개자의 역할은 식물의 번식과 생태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꽃가루 매개자의 활동을 살피는 것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분야로 꼽힌다.
국립수목원 쪽은 “양봉꿀벌은 이른 봄에 개화한 앉은부채 집단에서 꽃가루 매개 활동을 활발히 보이다가 차츰 주변에 매화, 버드나무, 회양목 등 다른 꽃들이 개화하면서 활동 장소를 옮겨 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앉은부채는 꽃이 많지 않은 이른 봄 양봉꿀벌에게 꽃가루를 제공하면서 매개자 위치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수목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우리나라의 재래꿀벌처럼 전 세계적으로 꿀벌류가 감소함에 따라 생태계와 농업 생산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서양 원산의 도입종인 양봉꿀벌이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중요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오는 7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동아시아생태학대회를 통해 학계에 공유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 조용찬 박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자연계의 꽃가루받이 질서 변화와 식물 다양성의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국립수목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