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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때아닌 ‘정치-체육 분리 논란’ 일어…왜?

등록 2021-04-06 08:49수정 2021-04-06 15:52

도·도의회 ‘체육회 감사’ 이어 체육회 대신할 센터 추진
“민선 체육회 출범하자 관치체육 회귀” 체육인들 반발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이 5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제공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이 5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제공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체육회를 대신해 체육행정업무를 수행할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2019년 1월15일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를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출범한 경기도체육회는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6일 ‘체육진흥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은 경기도 체육진흥조례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을 보면, 체육진흥센터는 △전문체육의 진흥 및 선수 등 육성 △생활체육 진흥 및 지원 △체육대회 개최 및 참가지원 △스포츠클럽 육성 및 지원 △체육계 인권침해 방지대책 마련 △경기도청 직장운동 경기부 관리 및 운영 등을 수행하게 된다. 조례안대로라면 그동안 경기도체육회에서 맡았던 각종 체육정책 상당 부분이 체육진흥센터로 이관되고 체육회는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는 앞서 체육회가 맡아 운영하던 도 체육시설의 위탁사업자를 경기주택도시공사(GH)로 변경하는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또 올해 체육회 운영 예산을 80%가량 삭감하고, 직원 49명 인건비도 6개월치만 편성했다.

경기도의회 ‘경기도체육회 관련 각종 의혹에 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의 회의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 ‘경기도체육회 관련 각종 의혹에 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의 회의 모습. 경기도의회 제공
도의회 조치에 경기도체육회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체육회와 경기도 29개 시·군 체육회는 ‘정치로부터 분리’라는 체육인의 열망으로 시작된 민선 체육시대를 관치체육으로 회귀시키려는 나쁜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조도환 부회장과 이만희 이사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치로부터 지방체육회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려 5일 오후 5시 현재 431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체육인들은 청원글에서 “경기도체육회는 도의회의 예산삭감, 사업회수, 조사특위 등의 압박으로 공중분해되기 직전”이라며 “대한민국 체육 발전의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담당해온 지방체육회를 정치도구화하려는 정치인들의 폭거로부터 경기도체육회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경기도의회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되고 특수목적법인으로 규정된 도체육회 기능을 무시하고, 행정력과 예산권을 앞세워 중복된 기능을 수행할 또 다른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민선체육 전환기에 감사로 드러난 잘못들은 반성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받아들이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체육회 관계자들이 경기도의 감사 지적 사항을 통보받고 지난해 12월15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제공
경기도체육회 관계자들이 경기도의 감사 지적 사항을 통보받고 지난해 12월15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제공
경기도체육회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1월15일 이원성(62) 초대 민선 체육회장 당선 때로 거슬러 오른다.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나흘만에 ‘이 당선인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등의 석연찮은 이유로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렸고, 이 회장은 법원에 ‘당선 무효 등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고 한달 만에 취임했다. 이후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도와 도의회의 집중 감사가 진행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28일~10월5일 사이 2016년 이후 최근 5년간 도비 보조금 사용 내용을 중심으로 도 체육회를 특정 감사한 결과, 업무추진비를 멋대로 사용하는 등 위법·부당행위 22건을 적발했다. 감사에서 경기도체육회는 법령과 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대외협력비를 편성해 최근 5년간 4억2900여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중징계 5명, 경징계 5명, 주의 83명 등 모두 93명을 징계처분했다. 또 경기도체육회장의 공용차량 사적 사용과 집무실 집기 구매 부당 지시와 관련해 기관장 경고, 도 체육회관 관리 운영 부적정, 보조금 부당 집행 등 2건은 기관경고 처분했다. 부당하게 사용된 도비 보조금 5184만원은 환수 처분했다.

경기도 각 시·군 체육회 회장 등 경기지역 체육인들이 5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제공
경기도 각 시·군 체육회 회장 등 경기지역 체육인들이 5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도체육회 제공
체육인들은 경기도와 도의회의 이런 조처들이 ‘체육회 장악 시도’라고 보고 있다.

경기도 29개 시·군 체육회장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어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은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는 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체육인들의 지지나,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는 중복의 기구를 두는 것으로 도민들의 지지 또한 받기 어렵다”며 “도와 도의회는 법이 명시한대로 지방체육회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편성을 해주고 지도 및 관리 감독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사무처장협의회도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어 “경기도와 도의회가 제시한 ‘경기도형 지방체육 개혁 모델' 방안은 70여년 엘리트 선수 육성과 생활체육 활성화 등 지방체육 발전에 이바지해온 17개 시·도와 228개 시·군·구체육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체육인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도체육회 분회는 “도의회는 법과 달리 지방체육회를 순수 민간단체로 규정하고, 예산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체육진흥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 취지에 역행하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중인 이원성 체육회장은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고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육회장을 민선으로 선출했고, 지방체육회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정 법인화를 앞둔 시점에 경기도의회가 일방적으로 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배치되는 매우 유감스러운 조처”라며 “예산권과 행정권을 발동해 체육을 다시 정치에 예속시키고 체육인들을 줄세우기 하려는 관치체육의 회귀 의도를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체육인들의 잇단 반발에 대해 경기도의회 최만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체육회 내부 비리에 채찍을 드는 것은 도의회의 임무이며, 공교롭게 민선 출범과 시기가 맞았을 뿐 결코 표적감사나 정치적 탄압이 아니다”며 “도의회의 고유권한인 조례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위법 논란에 대해선 “입법예고안은 ‘센터를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므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아니다. 조례 통과뒤 센터를 만들고 안만들고는 집행부의 고유권한이며 업무 분장 등은 향후 체육회와 협의해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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