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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 한강하구 찾는 불청객…고양시 ‘끈벌레' 14년째 출몰

등록 2021-03-31 16:53수정 2021-03-31 17:19

행주어민들 “실뱀장어 조업 피해” 대책 호소
지난 29일 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 하류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끈벌레.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9일 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 하류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끈벌레.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008년부터 봄마다 한강하구에 출몰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 ‘끈벌레’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거 출현했다.

31일 경기 고양시 행주 어민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주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신곡수중보 사이에서 뱀장어 치어를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가 함께 걸려 올라오고 있다.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최근 10년 가까이 봄 실뱀장어 조업 때 그물마다 95% 이상이 끈벌레로 가득 찼다”며 “기온이 점차 오르는 다음주면 끈벌레 출현이 더 많아질 텐데 이런 상태면 올해도 실뱀장어 조업은 사실상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상원 행주어촌계장은 “그물 1개당 끈벌레가 적을 때는 5㎏, 많을 때는 10㎏씩 나온다. 애써 잡은 실뱀장어가 끈벌레와 그물에서 뒤엉켜 죽어 상품 가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산다. 2008년부터 한강하구에 처음 나타난 뒤 2013년 환경부에 공식 보고됐다. 끈벌레는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민들은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 때문에 실뱀장어뿐만이 아닌 다른 치어들도 금방 죽어 피해가 크다고 했다.

끈벌레 발생 원인에 대해선 현장 어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고양시로부터 의뢰받아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 및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 영향 조사 용역'을 진행한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18년 11월 최종 보고서에서 ‘기수역(강물과 해수가 섞이는 수역) 염분, 뻘과 습지, 초기 우수' 등을 발생 원인으로 추정했다.

지난 29일 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 하류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끈벌레.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9일 경기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 하류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끈벌레.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하지만 어민들은 끈벌레의 발생이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화식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염도가 끈벌레 출현의 원인이라면, 한강과 같은 기수역이 있는 낙동강, 영산강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한강 행주 어장에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수년째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체인 끈벌레 출현은 인근 하수 분뇨처리장의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가하천인 한강이 국가하천인만큼 정부가 끈벌레를 수거해 10년째 계속되는 악순환을 끊고 한강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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