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새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현직 직원 강아무개씨가 지난 19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흥 새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20일이 넘어서면서 경찰 수사 속도와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1일 이 사건과 관련해 총괄팀, 수사팀, 사건분석팀, 자금분석팀, 법률지원팀 등으로 짜인 78명의 특별수사대를 꾸린 뒤, 전방위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지난 9일과 17일 엘에이치 본사와 지역본부, 관련자 자택 등을 두차례 압수수색했다. 대상에는 국토교통부와 엘에이치 직원들이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대출해준 북시흥농협 등도 포함됐다. 또 엘에이치 현직 13명, 전직 2명 등 15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와 전자문서, 휴대전화 등 모바일기기 20여대에 대한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1차 분석을 끝낸 경찰은 지난 19일 엘에이치 현직 직원 강아무개씨를 처음으로 불러 혐의를 추궁했다. 강씨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엘에이치 직원 가운데 광명·시흥 3기 새도시 개발 예정지 관련 땅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사들인 인물이다. 강씨는 이 일대에 10필지 1만6천㎡를 사들였고, 땅값만 6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토지보상 업무도 담당했던 그는 이른바 ‘강사장’이라고도 불렸으며, 다른 직원과 함께 토지를 매입하기도 하는 등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상태다. 경찰은 이날 다른 직원 3명을 불러 조사했으며, 22일 오전에도 또 다른 엘에이치 직원 1명을 불러 투기 관련 의혹을 캐물었다.
이처럼 경찰이 소환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땅 투기 혐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일정 부분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주 안으로 땅 투기 관련 혐의자 15명 소환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핵심은 ‘내부 정보’ 이용 땅 투기 여부
이번 사건 핵심 피의자인 강씨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투기 혐의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다른 엘에이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투기가 아닌 ‘단순한 투자’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땅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엘에이치 직원 15명에게 부패방지법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두고 있다. 이 법 7조2항은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 징역과 7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고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은 이들이 업무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활용한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이들이 단지 투자 가능성을 판단해 땅을 샀다고 발뺌하면, 국민적 공분만 살 뿐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혐의를 받는 엘에이치 직원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샀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엘에이치 본사와 국토부 압수수색 이유도 이곳에서 생산된 내부 정보가 특정 방식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갔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소환 대상자나 상황에 대해선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밝힐 수 없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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