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청 이정남 도시계획과장이 연남동 세모길 ‘골목길 재생사업’ 진행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 따라 선 낮은 담장.’
뉴타운에 도시개발에 밀려 서울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풍경이다.
16일 서울 연남동 세모길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골목길 재생사업’을 마친 곳이다. 길은 좁았지만 환했다. 동네 할머니 세 분은 평상에서 볕을 쬐고 있었다.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경의선 숲길 끝자락에 있어 최근 카페·식당·서점 등도 생겨났다. 젊은이들도 많이 찾지만, 최근까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 대부분이 연탄을 땠다고 한다. 인근 주택가에는 1985년부터 도시가스가 들어왔으니, 소외된 세월이 참 길었다.
이곳에 산 지 올해로 40년이 됐다는 주민 여상용(79)씨는 ‘골목길 재생사업’으로 가장 달라진 점을 골목길에 곳곳에 버려진 연탄재와 악취가 사라진 점을 꼽았다. 하수관이 낡아 비가 오면 하수 역류가 번번했지만 이번 사업으로 전부 파내서 새것으로 교체했다.
여씨는 “여기는 서울이지만 시골 마을 같은 풍경이 있었어요. 어느 집에서 맛있는 거 하면 이웃들한테 나눠주기도 하고 했지요. 조금 오래되긴 해도 살기 좋았어요”라면서 “서울시랑 마포구에서 나와서 주민들한테 일일이 필요한 게 뭔지 물어보더니 이렇게 금방 바뀌었네요”라고 말했다.
세모길이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된 건 2018년 8월이다. 2019년 1∼3차 주민 설명회 이후 같은 해 12월 공사가 착공됐다. 공사 완료까지는 2년4개월이 걸렸다.
이현희 가천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사기간이 짧고 △주민들 의견을 폭넓게 반영할 수 있으며 △주민들 간의 갈등이 적다는 점을 ‘골목길 재생’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재개발을 하면 사업 기간이 5∼10년이 소요되는 반면, 골목길 재생은 2년 정도면 충분하고 집주인·세입자 등 원래 살던 사람들이 그대로 살 수 있다”며 “골목길이 깨끗해져서 주민들이 나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더 즐겁고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골목길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 단장을 한 서울 연남동 세모길.
이 재생사업의 실무 책임자인 이정남 마포구청 도시계획과장은 “골목길은 사유지가 복잡하게 섞여 있어 보도블록이나 담장을 정비할 때도 일일이 주민 동의를 받았다. 모든 과정이 주민들 의견을 들어 진행됐다. 전기선도 지저분하게 하늘을 덮을 정도여서 주민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전봇대를 이전하는 식으로 개선했다”며 그간의 사업 진행을 설명했다. ‘세모길‘이라는 동네 이름도 주민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도 재개발을 더 선호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이 과장은 “이곳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7층 이하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이 안 나와 재개발할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층 아파트만 있는 도시를 어떻게 제대로 된 도시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시는 세모길 외에도 현재 모두 46곳에서 골목길 재생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첫 사업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다른 사업지에 적용하고,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 등도 새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지난해 12월 ‘골목길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 단장을 한 서울 연남동 세모길.
지난해 12월 ‘골목길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 단장을 한 서울 연남동 세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