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도라산 고속도로의 나들목 예정지인 경기 파주시 백연리 들판에서 재두루미 가족이 날갯짓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경기도 파주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1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정부는 남북협력 사업으로 위장한 서부비무장지대(DMZ) 일원 파괴도로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추진을 중단하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파주·북파주 어촌계, 임진강~디엠제트(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임진강대책위), 한국환경회의, 한국습지엔지오(NGO)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파주에서 개성, 평양을 연결하는 도로는 이미 2개가 있는데도 파주디엠제트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파괴하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며 “6천억원을 들여 민통선만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세금 낭비성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파주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는 개성을 거쳐 평양,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국도 1호선(통일로)과, 도라산역 인근에서 개성공단까지 연결하는 왕복 4차로 등 2개가 있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노선도. 임진강대책위 제공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어 “남북 연결 도로는 공동출입관리사무소의 위치 등을 고려해 노선이 정해지는데, 북과 협의도 없이 도로를 일방적으로 건설했다가 나중에 환경만 파괴하고 필요 없는 도로가 될 수 있다. 남북간 합의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도로공사는 남북협력시대에 대비해 파주시 문산읍~장단면을 잇는 10.75㎞ 길이의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주민설명회를 잇달아 시도하고 있다.
파주지역 주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이 도로가 임진강 일원 생태계를 파괴하고 나들목 예정지인 민통선 백연리, 점원리 일대가 국제 보호종인 재두루미 도래지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해 7월 이 사업에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도로 노선이 디엠제트 인근 민간인통제구역과 임진강의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임진강을 하저터널로 통과하거나 동측노선(통일로쪽)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을 위해서는 다른 노선을 검토하기 어렵다’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의 나들목 예정지인 경기 파주시 백연리 들판에서 국제 보호종인 재두루미들이 무리 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노현기 임진강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모든 절차를 당장 중단하고 도로 추진 예산 6천억원을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을 지원하는데 써야 한다. 또 무리한 사업 추진에 앞서 남북협력시대 디엠제트와 민통선의 바람직한 보전과 활용방안이 무엇인지 사회적 논의기구부터 구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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