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중랑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0시 기준 9일 연속 200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나오며 병상 부족 사태를 맞은 서울시가 각 구청에 생활치료센터를 확보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각 구청들은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녹록지 않은 데다, 주민 비선호 시설인 탓에 확보를 하고도 널리 알리지 못하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서울시는 중증환자 치료병상과 전염병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부족해지자, 25개 자치구에 생활치료센터 한 곳씩을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먼저 시설을 확보한 4개 자치구 생활치료센터는 1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구체적으로 운영 중인 자치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자치구들이 생활치료센터 운영 사실 공개를 꺼리는 것은 이 곳이 비선호 시설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느끼기에 ‘좋은 시설’이 아니다 보니, 인근 지역 주민 민원을 우려해 공개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자치구마다 운영 시점에 편차가 있어서 ‘다른 곳은 안 하는데, 왜 우리만 하냐’라는 항의 민원이 나올까 봐 걱정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자치구마다 생활치료시설 운영을 요청한 것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9곳의 생활치료시설이 꽉 찰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1일 기준 서울시 생활치료센터 9곳에 있는 1937개 병상 가운데 사용 가능한 병상은 423개로, 현재 수준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확진 뒤 입원을 못하면 가족 내 감염 우려가 커지고, 서울시 생활치료센터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등에 산재해 있어 환자 이송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한다.
생활치료센터 확보 당위성이 있음에도, 구청들은 시설을 확보하는 데는 큰 애를 먹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생활치료센터로 쓰인 곳은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연수시설이었다. 그런데 서울 안에 이러한 시설이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또한 생활치료시설로 사용할 시설은 환자와 근무자의 동선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하고, 검체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위한 공간, 폐기물 처리, 상주인력 사무실 등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고, 이를 점검할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들은 호텔·모텔 같은 숙박시설로, 이날까지 운영 중이거나 시설을 확보한 20곳의 대부분이 숙박시설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 반대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진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협상했다. 나중에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했다는 게 알려지면 영업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시설주들이 굉장히 꺼려서 설득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50살 이상 확진자와 경증 환자는 서울시 운영 생활치료센터에 입원시키고, 49살 미만의 무증상 확진자는 자치구 운영 생활치료센터에 입원시킬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시설을 구하느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20곳이 시설을 확보한 것을 보면,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시작한 성동구는 누리집을 통해 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성동구는 “다행히도 어제(지난 10일)까지 발생한 우리 구 확진자는 모두 병상배정을 받은 상태이지만 앞으로 계속 늘어날 우리 구 확진자들을 위한 시설 확보는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지역감염 확산을 막고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 이겨내야 할 위기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주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라고 알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