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촌동 장애·비장애인 복지시설 ‘어울림플라자’ 조감도. 서울시 제공
주민 반대로 미뤄졌던 서울 등촌동 장애인복지시설 공사가 4년 만에 첫 삽을 뜬다.
서울시는 9일 “서울 강서구 옛 정보화진흥원 자리에 전국 최초 장애인·비장애인 공용 복지 공간인 ‘어울림플라자’ 건설 공사를 11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어울림 플라자는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인데 장애인 전용 시설은 3∼5층에 자리한다. 5층에는 장애인 치과병원이, 4층에는 장애인 관련 기술종합단지와 장애인 연수객실이, 3층에는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이 들어선다. 또 1∼2층엔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는 상업시설과 공연장이, 지하1~2층에는 도서관과 문화교실, 다목적홀, 추가 공연장, 수영장 등이 만들어진다. 지하 3~4층에는 주차장이 자리한다. 어울림플라자 완공 목표 시점은 2024년 2월이다.
서울시는 정보화진흥원이 대구로 옮긴 2013년 이 터를 사들였다. 시는 2016년부터 어울림플라자 조성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공사에 따른 불안과 소음, 먼지 피해 등을 이유로 ‘어울림 플라자’ 조성사업에 반대했다. 지난 7월 강서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쪽이 충돌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공터도 많은 데 이렇게 큰 건물을 왜 강서에 짓느냐, 강남에다 지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단체 쪽은 “장애인시설이 20% 정도인 건물이 어떻게 장애인 플라자냐”고 비판했다.
통학로 안전대책 규정을 통과하는 데도 진통을 겪었다.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는 지난해 4월부터 ‘철거 예정지 300m 안에 있는 학교가 있는 경우 학교장이 시행사가 낸 ‘통학로 안전 확보 계획서’를 수용해야만 철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통학로 안전대책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공사 예정지 인근 백석초등학교장은 통학로 안전 확보 계획서를 수용하지 않았다.
갈등이 길어지자 일부에서는 어울림플라자가 ‘제2의 서진학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는 2016년 3월 강서구 가양동에 개교할 예정이었지만,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 속에 표류했다. 서진학교는 2017년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설립을 호소하는 등의 노력을 거친 끝에 올 3월에야 문을 열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어울림플라자 공사 시작을 위해 지난 6개월간 설득 작업을 벌인 끝에 △주차공간 확대(110→170면)△녹지공간 확보△고효율 방음 펜스 설치△비산먼지 차단 시설 설치△공사 차량 별도 통행로 마련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갈등을 풀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주민들이 많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30여 차례 소통과 수차례 사업계획 수정을 통해 주민들을 설득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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