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9번 출구와 10번 출구 사이에서 성폭력 규탄 이어말하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검찰이 미성년자 성 착취물이 유포된 텔레그램 ‘엔(n번)방'으로의 통로 역할을 한 이른바 ‘와치맨’에게 징역 10년6월을 구형했다. 변론 재개 전인 지난 3월 구형량인 징역 3년6월보다 3배나 길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텔레그램 아이디 ‘와치맨’ 전아무개(38·회사원)씨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신상정보 공개·10년간의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성관계 영상과 함께 신상정보 등을 올려 홍보하면서 3천∼4천명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고담방’을 운영했다”며 “피해자들은 이번 일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영리 목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로 금품을 받았으며, 수사받게 될 때 대응 방안을 게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어 “지난 4월9일 성착취 영상물 제작사범 등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구형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성범죄 사건처리기준’이 시행돼 이를 적용해, 구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어떤 이유로도 저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어리석은 행동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길 바라며,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진술했다.
전씨는 지난해 4~9월 사이 텔레그램 ‘고담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하는 다른 대화방 4개를 링크하는 수법으로 1만건이 넘는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아동·청소년의 관련 사진과 동영상 100여 개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이에 앞서 음란물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n번방’과 관련한 혐의로 지난 2월 추가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월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3년6월을 구형했다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변론 재개를 신청해, 재판을 계속하면서 보강 수사한 끝에 영리 목적 성범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전씨 선고공판은 다음달 16일 열린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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