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가 연간 2천억원가량 손실을 낸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보고서를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으로 퍼진 것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브레인’인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부실 보고서의 문제점을 공개 지적했다고 이를 ‘연구 탄압’이나 정치공방으로 모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화폐는 무너지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동연구나 공개토론도 필요하다면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원장은 2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조세연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와 관련해 “논란의 핵심은 부실한 자료와 분석 방법”이라며 “지역화폐가 적게 쓰인 2010~2018년 자료를 썼다는데 연구자가 보완된 자료를 가지고 하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제한된 자료를 가지고 지역화폐 효과가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은 연구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지역화폐 발행·사용 규모는 2016년 1168억원, 2018년 3714억원에 머물렀지만 2019년엔 2조3천억원 규모로 급증했고 올해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지역화폐에 따른 매출 증대를 조사하려면 업종과 규모를 통제하고 실제로 지역화폐를 받는지 안 받는지 현장조사를 해야 하는데, 아직 정부에 이런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세연은 통계 빅데이터의 기업등록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지역화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임의로 구분하고 양자의 차이를 보려 했다. 이런 임의적 구분에 의한 분석으로는 지역화폐의 효과가 희미해진다. 보고서가 지역화폐의 목적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이런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감히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반발한다는 식의 단순한 형식논리로 ‘연구 탄압’ 운운하는가 하면 정치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고 되물으며 “조세연의 ‘브리프’에는 별 근거 없이 지역화폐에 따른 고용 효과가 없다면서 정작 본 보고서에는 관련 분석이 없다. 부실 자료와 방법론으로 과도한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국책기관의 책무를 훼손하는 것이며 정치적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천대(옛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이 원장은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장을 지내는 등 이 지사의 최측근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가 이끌던 성남시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위기에 놓인 동네 골목상권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도록 하는 등 지역화폐 확산에 주력해왔다. 그는 “지역화폐 정책 확대에 따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동연구나 공개토론이 필요하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조세연 보고서는 지역화폐가 대형마트 등 사용처나 지역 간 소비를 제한하므로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전반적으로 감소시키니 국고 지원을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그간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재벌 유통사의 논리와 똑 닮았다”고 비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