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향 부산을 찾은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 부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다시는 부산 땅 밟지 마라.”
부산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던 이재강(59)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배신자’ 등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에 “이재명 지사도 정권 재창출을 위한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주말에 고향인 부산을 방문했던 이 부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랑 도정을 함께 고민하는 게 무슨 죄인 양,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겨놓은 양 비아냥대고 저주를 일삼는 많은 동지를 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에 대한 악성 공격은 5월12일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신하네” “이재명 품에 안기니 행복하냐” “영감님 그만하시죠” “이마에 이재명 사람이라고 박혔네!” 등 취임 4개월이 되도록 조롱과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서구·동구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 부지사는 문 대통령과 부산에서의 정치 행로를 같이했던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에 의해 평화부지사로 임명된 게 이런 공격의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지사가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린 것은 그의 정치 이력 때문이다. 부산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영국에서 20여년을 지내던 중 2012년 문 대통령의 19대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귀국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캠프에서 홍보를 맡았던 그는 문 대통령의 권유를 받고 선거 20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부산 서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2번 더 부산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그는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이 부지사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의 부산선대본부의 조직본부장을, 2017년 대선 때는 부산선대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아 지역에서 문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부지사는 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말해서 당에서 추천했다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다만 국내나 영국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강의와 언론 기고를 많이 했던 만큼 관심이 있던 분야라 부지사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지사는 북한과의 직접 교섭을 통해서 8월13일 국내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북한에 코로나19 방역물품을 보내는 등 경기도의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이끌고 있다.
이 부지사는 자신에 대한 비난과 관련해 “저를 ‘호위무사’라 했는데 이재명 지사 쪽으로 가니 저거 뭐하는 놈이냐 하는 섭섭함 때문이 아니겠냐”면서도 “이 지사는 물론 이낙연 대표와 김경수 지사, 김두관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소중한 미래 자산이다. 상처 줄 정도의 막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는 특히 “직접 와서 일을 해보니 이 지사에 대해 밖에서 듣던 것과 달리 다르더라. 인품이 있고 어떤 일을 하거나 말을 할 때 엄청나게 고민한다. 하지만 결정이 되면 신속하게 한다.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옆에서 봐왔는데 공부를 많이 하는 분들이다. 이 지사 역시 공부를 참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부지사는 “아무리 욕을 내게 해도 부산은 내 고향이다. 떠나라고 해도 떠날 수가 없다. 앞으로 저를 향한 비난에 대해 민주당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신파조 이야기는 그만하고 정책과 철학으로 이야기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