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 19 브리핑을 하는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정직하다. (방역수위를) 완화하면 늘어나고 조이면 줄어든다. 2차 유행에 대비한 정부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확산을 방지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인 이희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예방의학)는 ‘경기도의 코로나 전사’로 불린다. 2015년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 때 경기도감염병관리본부 단장을 지낸 뒤 5년 만에 복귀해 방역 최전선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2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2차 대확산과 관련해 “1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 대구 확산 때를 빼고 (전국) 통신·이동량이 줄지 않았고 소모임과 교회예배 금지 등을 풀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깔려 있는 상태에서 교회와 광화문집회 등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폭발적 반응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 현장에서 실제로 이것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 지는 모니터링이 안돼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쓴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잘 안쓴다고 하는 등 주관적 환경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아울러 “자발적 권고와 강제적 행정명령으로 나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3단계로 구분돼 있지만, 각 단계를 실제로 언제, 어떻게 올리거나 내릴지, 특히 갑자기 유행이 닥쳤을 때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 결정하는 시스템이 없다”며 “정부가 결정한다고 현장에서 바로 작동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되는지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여러 지표가 만들어져야 하고, 당장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일부 지표로 (사회적 거리두기 평가) 룰을 만들고 생활방역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결정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아예 초반에 한번 강하게 묶어주었으면 오히려 짧게 끝났을 텐데 늦어지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쉬운 게 아니어서 길게 못 간다. 3단계로 간다면 실제 수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대책이나 취약계층 지원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표와 실행되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이 지난 26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폭증 중심에 선 경기도는 기존 6명이던 역학조사관을 2차례 걸쳐 71명으로 전국에서 최대로 늘렸지만, 이 단장은 “버겁다고 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하루 최대 확진자가 124명이었는데 역학조사가 다음날로 밀리지 않도록 버티고 있다. 보고서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약하고 있지만 오전 6~7시에서 자정까지 하루 18시간을 조사관들이 일하는데, 언제까지 버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확진자들은 “인터뷰를 하려면 대뜸 소리를 지르거나 쌍욕부터 하는 등 협조가 안된다. 자신들이 확진자라는 것을 믿지 않으니 더 협조가 안되는 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자정 퇴근’이 일상이 됐다는 이 단장은 지난 26일 경기도 코로나19 현안 브리핑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로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피곤함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던 이 단장은 “기자회견을 하고 난 뒤 (머리가 헝클어졌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헝클어진 사실을) 알았다”며 멋쩍어했다. “이제는 피곤한 것인지 아픈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 단장은 “대체 인력이 없는 역학조사관처럼 보건소도 문제다. 지난 6개월 동안 보건소 인력 보강이 구체적으로 정책화된 게 있나 하나도 없다.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인력으로 버티고 있다. 환자가 많아지니까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경기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