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지도자협의회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차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휴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등록 교인 수가 56만명으로 세계 최대 개신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초비상상황에 처했다. 이들 규모가 큰 대형교회는 교인들이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까닭에, 지난 2월 대구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지난 5월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 이상으로 상황이 위중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88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70명이 추가돼 총 319명이 감염됐다. 이 가운데 서울시 확진자는 총 58명이다. 서울시의 경우, 전날보다 신규 확진자가 전체적으로 90명이 늘었는데 약 3분의 2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인 것이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방문자들 가운데 소재가 파악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연락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시는 이날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방문자 4066명 가운데, 3437명의 소재를 확인했으며, 서울시에 거주하는 1971명에게 진단 검사와 자가격리를 안내했다. 그러나 총 1045명이 이날 오전까지 시와 연락이 닿은 않은 상태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경찰 협조 하에 현장에 방문하고, 경찰 정보력을 활용해 최대한 신원과 주소를 파악하겠다”고 이날 브리핑에서 말했다.
문제는 대형교회가 위치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교인들과 그의 가족 등 곳곳에서 엔(n)차 감염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에서는 이날, 성북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총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이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주민 6명이 코로나19에 추가 확진됐다”면서 “이들의 거주지는 다산동 3명, 별내동 2명, 퇴계원읍 1명 등”이라고 밝혔다. 성남시에도 이날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2명이 추가 확진됐다. 경기 성남시도 이날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14일 4명, 15일 3명, 16일 4명이 나온 데 이어 17일에도 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성남의 이 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13명이 됐다. 충청과 강원지역에서도 광복절 연휴 동안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접촉해 총 12명이 감염됐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교회 예배에 참석한 교인 5명이 전날과 이날 이틀 동안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북 전주와 군산에서도 이 교회 신도가 각각 1명씩 감염됐다.
한편, 방역당국은 세계최대 개신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 성가대 활동을 한 4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앞선 15일에는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교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 거주하는 그의 부모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순복음교회 관련 확진자를 총 10명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교회와 관련된 방역 조처와 밀접접촉자에 대한 조사를 이날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각각 지난 11일과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용인의 우리제일교회와 서울 되새김교회에서도 감염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우리제일교회의 누적 확진자가 전날보다 5명 늘어 총 131명이 됐으며, 되새김교회는 자가격리 중인 4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총 1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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