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9일 밤 박 시장 집무실을 비롯해 간부들 공간이 모여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 출입로가 책상으로 막혀 있다. 서혜미 기자
10일 0시를 갓 넘긴 시각, 박원순 시장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시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시장이 비서로 일하던 직원에게 성폭력 의혹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언론 보도에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상기류는 9일 아침부터 감지됐다. 박 시장은 가회동 공관에서 시청청사로 아예 출근하지 않은 채 이날 일정 취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님이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출근이 어렵다고 알려와 당일 잡힌 일정들을 급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후 4시40분으로 예정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이 취소됐다.
경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9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뒤 시청 직원들은 경찰과 소방대의 수색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며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다. 전날까지 박 시장이 여전히 의욕적인 자세로 업무를 수행해 아무런 이상 징후를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박 시장과 일정을 함께한 시 관계자는 “좀 피곤해 보이시긴 했는데 전날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셔서 전혀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직원들 모두 많이 놀란 상황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날까지도 시장님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며 “직원들은 실종 보도를 보고 다들 놀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박 시장은 전날인 8일 서울시청에서 그린뉴딜 추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계획된 일정들을 소화했다. 지난 6일엔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남은 임기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한 관계자가 신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 관계자들은 박 시장의 성추행 피고소 보도와 관련해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 직원은 “우리도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놀랐다. 지금 (실종된) 상황은 개연성이 있어 보이긴 한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인데, 시청 전체가 초비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청은 이날 오후 6시께 연락망을 가동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비상대기하도록 지시했다. 부시장 주최로 주요 간부 회의가 열리는 등 늦은 밤까지 분주한 모습이었다. 시 관계자들은 박 시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청 신청사 6층엔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게 조처했으며, 6층 출입구를 책상으로 아예 막아 취재진 등의 접근을 통제하기도 했다.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경화 옥기원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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