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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햄버거병’ 집단 발생 유치원 학부모들, 경찰에 고소장 내

등록 2020-06-28 14:08

학부모들 “보존식 보관 안한 것은 증거인멸”
해당 유치원장 “간식도 보관하는 줄은 몰랐다”
보건당국 “현재까지 역학조사로 원인 못찾아”
100여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경기도 안산시의 한 사립유치원 전경. 연합뉴스
100여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경기도 안산시의 한 사립유치원 전경. 연합뉴스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이른바 ‘햄버거병(HUS·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까지 나온 경기도 안산시 한 사립유치원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산상록경찰서는 28일 해당 유치원 학부모 7명이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유치원 원장 ㅂ씨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과 유치원이 급식 보존식을 일부 보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증거를 인멸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유치원은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조림(11일 점심), 찐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 등 6건의 ‘보존식’이 보관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보건당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보존식은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유치원에서는 지난 12일 한 원생이 처음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인 뒤 급격히 늘어 28일 정오 기준 유치원 원생과 교직원 202명 중 111명이 식중독 유증상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 15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여 4명이 투석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집단 식중독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인 안산시 등 보건당국은 유치원 쪽이 급식에 사용하고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음식 6건이 식중독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사 범위를 기존 식자재 등에서 학습 과정까지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보존식과 환경검체 검사에서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검체는 조리칼과 도마, 문고리 등 인체에 식중독 등의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검체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해당 유치원 원장은 지난 27일 학부모들에게 ‘경위보고 및 사죄문’이란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급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으로 보관을 했지만, 저의 부지로 방과 후 제공되는 간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을 보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간식도 보존식으로 보관돼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설립자이자 원장으로서 통감하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사과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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