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등에 치명적인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이 집단 발병한 경기도 안산시의 한 사립 유치원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도대체 급식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수많은 아이를 고통받게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유치원 한 학부모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햄버거병 유발시킨 2년 전에도 비리 감사 걸린 유치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5살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아이가 복통을 호소했고,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원생들이 차츰 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혈변을 보기 시작했고 변에서는 알 수 없는 끈적한 점액질도 나왔다. 어떤 아이는 소변조차 볼 수 없게 되어 투석까지 이르게 되었고 그 원인이 유치원이었음을 보건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멀쩡한 아이 몸에 투석까지 하는 일이 발생할까 분노가 치밀었다. 현재 이 유치원에 다니는 184명 가운데 구토와 설사, 혈변 증상을 보이는 원생이 99명에 이른다. 심지어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청원인은 “이 유치원이 2018년에도 식사 등 교육목적 외 사용으로 8400만원, 교육과 무관한 개인경비에 2억900여만원을 사용한 이력으로 감사에 걸린적 있다. 이런 유치원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였을까”라고도 썼다. 그는 글 말미에 “엄마가 미안하다... 너를 그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청원은 오후 6시30분 현재 현재 1만200여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날 소식을 들은 해당 유치원 일부 학부모들도 “이 유치원이 2년 전 수억원대의 회계 부실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도 이와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며 의심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인터넷커뮤니티에 "지난 16일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역학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당국은 원생들이 단체 급식을 통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유치원은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보관해 둬야 할 음식 재료를 일부 보관하지 않아 과태료 50만원을 물린 상태다.
한편, 이 유치원에서는 지난 16일 이후 원생과 교사 등이 식중독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해 25일 오후 현재 100여명 안팎까지 늘었다. 특히 같은 시각 현재 14명이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여, 이 가운데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유증상자 가운데 원아 40명과 교사 1명에게서는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되기도 해 모두 3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다. 이 병은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명이 HUS에 집단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햄버거병 환자의 절반 정도가 투석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망가지기도 한다.
경기도와 안산시 보건당국은 원생들이 단체 급식을 통해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 및 방역 조치에 나섰으며, 교직원 18명을 포함해 202명의 검체를 채취해 전수조사 중이다. 해당 유치원은 지난 19일부터 이달 30일까지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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