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와 농민들이 15일 오후 2시 경기도의회 앞에서 학교 급식 재배 농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용덕 기자
“농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못 봐요….”
15일 오후 경기도의회 앞. ‘경기도 가정꾸러미 파행실태 규탄 및 친환경 학교급식 계약재배농가 피해대책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경기친농연) 회장은 “우리는 시중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급식 재료로 학교와 계약재배를 했기에 학교 구매가 없으면 힘들다. 식재료 꾸러미사업도 그래서 만들었는데…”라고 이렇게 말했다.
친환경 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된 ‘식재료 꾸러미 사업’이 대기업 가공식품 지원 사업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정부 등이 올해 상반기 쓰지 않은 학교급식 경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식재료 꾸러미를 지원하자는 게 사업 취지인데, 일선 학교에서 채소와 과일 등의 친환경농산물 대신 대기업 가공식품 구매로 쏠리면서 농민들의 농산물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1700억원을 들여 학생 1명당 10만원씩의 식재료 꾸러미 지원을 하고 있다. 도는 꾸러미 선택권을 일선 학교 자율로 정하도록 했는데,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친환경 농가 돕기라는 취지가 사라졌다고 한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운영위원인 조규정씨는 “학교 운영위에서 농산물과 가공식품, 육가공품 3가지만 놓고 논의했고, 채소가 상하는 등의 민원을 들어 가공식품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본래 취지인 친환경 농가 돕기라는 말은 전연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3~5월 경기도 내 계약 농가의 재배 총액은 71억원으로, 이 가운데 10억여원어치 정도만 팔려나갔을 뿐 나머지 60억원어치의 농산물은 폐기 처분되는 등 손해를 입고 있다. 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와 경기친농연은 이날 경기도 교육청 등에 친환경 피해 농가 직접 지원 등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또 경기도의회 등에 친환경 농가의 안정적 재배와 공급을 위해 급식법과 조례의 ‘학교에서 소비하지 않으면 계약의 책임이 없다’ 등 조항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홍안나 경기친농연 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친환경 농민들을 도우려고 국회와 정부 등을 쫓아다니며 겨우 꾸러미 지원 사업을 만들었는데, 대기업 지원으로 바뀌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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