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교도관은 법원에 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원은 2, 3차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조처로 서울지방법원 모든 법정을 폐쇄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에서 노래방이 새로운 감염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과 별건으로 분류했던 홍대 주점 집단감염이 노래방을 통한 3차 감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침방울이 많이 튀고,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으로 꼽혀온 노래방의 감염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과 무관한 것으로 보였던 홍대 주점 사태의 감염경로에 노래방이 있었다고 15일 밝혔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서울 마포구 홍대 주점 확진자 5명 가운데 1명인 강서 31번째 확진자가 “(관악구 46번째와) 같은 시간대인 지난 4일 밤 노래방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학조사 결과, 지난 2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한 뒤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관악구 46번째 확진자는 지난 4일 밤 8시35분부터 9시14분까지 이 노래방을 이용했고 그가 방을 비운 뒤 약 3분 만에 강서 확진자가 같은 방을 이용하면서 감염이 됐다는 얘기다. 강서 31번째 확진자와 같이 노래방을 갔던 또 다른 1명도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관악 확진자로부터 감염이 된 강서 확진자는 지난 7일 밤 홍대 주점에서 지인 5명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서 일행 5명 중 4명이 추가로 감염이 됐다. 홍대 주점 집단감염의 시작이었다. 애초 방역당국은 지난 13일 일행 가운데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인천 서구 사회복무요원을 최초 전파자로 봤지만 역학조사 결과는 달랐던 것이다.
관악 46번째 확진자는 서울 도봉구 노래방의 3차 감염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와 밀접 접촉한 도봉 10번째 확진자가 지난 7일 밤 도봉구의 코인노래방에 갔는데,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방에 있었던 사람 2명(도봉 12·13번째 확진자)이 감염된 것이다. 이후 도봉 13번째와 접촉했던 서울구치소 교도관도 14일 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교도관은 도봉 13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이날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통보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주점 앞에서 한 시민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문가들은 노래방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노래를 부르면 마이크 표면에 비말이 많이 묻을 수밖에 없다”며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환경 내에서는 당연히 감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기시스템을 통한 확산보다는 비말의 확산, 그리고 비말이 환경을 오염시켜서 접촉으로 인한 감염 확산의 가능성이 조금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확진된 학원 강사로부터 과외 수업을 받은 중학생과 접촉한 초등학생이 추가 확진됐다. 학원 강사발 감염으로 추정되는 이들만 모두 15명으로 늘어났다. 학원 강사 ㄱ씨는 지난 7일 밤 마포구 합정역 부근의 주점 3곳을 방문한 사실도 숨겨 방역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서울 용산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장병이 격리생활 중인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와 총 8명이 확진됐다. 이날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수는 총 153명이다.
서혜미 김정필 이정하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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