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6일 유가족들이 합동 추모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신과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노동자 38명이 희생된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만인 6일, 희생자들이 안치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눈물의 합동추모식이 열렸다.
사회자가 희생자 이름을 한명씩 부를 때마다 유가족 100여명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망연자실한 유가족들 사이에서 “내 아들아” “어떡해”라는 울부짖음이 흘러나왔고, 일부는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으며 유가족 대기실로 이동해야만 했다.
유가족대책위 쪽은 “앞으로 매일 오후 6시 합동추모식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38명의 노동자가 숨진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화재 현장에서 6일 오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3차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경찰·소방 등 6개 기관 전문가 40명은 화재 현장에서 3차 합동 감식을 벌였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에 이은 세번째 현장감식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안전불감증과 불법적인 공사 관행이 불러온 인재’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정작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차례 강력한 폭발과 함께 일어난 불로 현장이 상당히 훼손돼 있어 원인 분석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명이지만, 지쳐가는 유가족들은 신속한 조사와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100명 넘는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이날 세번째 현장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산소용접기와 폭발·화재 사이 연관성, 희생자 가운데 현장 필수 인력인 화재감시자 등 안전관리 인력은 단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은 점 등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하고 고용노동부가 화재위험이 있는 전국 공사 현장 일제 점검 계획을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시공사인 ㈜건우 본사와 공사 현장 3곳에 대해 7일부터 2주간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다. 박화진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고 원인 조사를 보강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고에선 여러 하청업체가 한꺼번에 투입돼 같이 작업을 했는데, 이런 혼재 작업에서 (하청보다는) 원청에 문제가 있는지 더 집중적으로 감독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건우가 9개의 하청업체에 정상적인 공사기간을 보장하지 않고, 유증기를 발생시키는 우레탄폼 작업과 불꽃을 일으키는 용접 작업을 동시에 하도록 하는 등 수직적인 하도급 체제가 이번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부는 또 이번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의 물류·냉동 창고 등 건설 현장 337곳을 대상으로 5주 동안 긴급감독도 진행한다. 공정률 50% 이상인 180여곳은 이달 안에 긴급감독에 들어간다. 공정률이 절반을 넘어가면 용접 작업이 많은 내·외장 작업을 해야 해 화재·폭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물류센터 공정률도 85~90%였다.
김기성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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