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9일 38명 희생자를 발생시킨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의 판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인화성 물질 취급과 화기 작업 병행,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마감재 사용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30일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방 및 대응 단계별 취약 요인을 검토한 뒤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사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상 재발방지 대책으로는 △건설현장 내 인화성 액체가스 등 취급 작업과 화기 작업의 동시 작업 금지 △마감재로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사용 금지 방안 검토 △단열재 시공 방법을 (우레탄폼 분사에서) 부착식으로 개선하고 불연성 재료 사용 등이 제시됐다. 이와 더불어 건물 완공 전에 비상구를 확보하고 가스감지기·화재경보기·환기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공사 중 안전대책 강화도 언급됐다.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천/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불꽃이 미세한 기름방울이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유증기와 만나 폭발과 화재를 일으키고 불에 약한데다 유독성 가스를 내뿜는 우레탄폼과 샌드위치패널의 스티로폼 계열 단열재가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화재 발생 우려를 아예 차단하는 안전조치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2009~2019년 사이 주요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노동자는 291명인데, 사망으로 이어진 화재의 주요 점화원으로는 ‘공사장 내 용접과 용단 등의 불꽃’이 34.1%로 가장 많았다(2위 ‘전기기계 기구’ 22.5%). 또 이들 점화원은 우레탄폼 등 가연성과 유독성이 높은 물질과 만나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검토’가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도 정부는 “대형 인명피해가 주로 대피로가 미확보된 상태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공사 마무리 작업을 하는 중에 발생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병행해서는 안 될 위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파악했지만, 이후 내놓은 대책은 화재감시자 지정배치 대상 확대(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용접·용단 시 화재 위험이 있는 모든 작업)와 화재예방 조치 대상 확대(통풍이나 환기 여부와 관계없이 건축물 내외부로), 화재방지 덮개 설치 등 화재 대비 안전조치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