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가 지난 6일 사옥 앞에서 “경기방송 이사회 자진 폐업 규탄”을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일본 제품 불매운동 비하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놓고 <경기방송> 고위 간부와 피디·기자 사이에 벌어진 진실공방과 관련해, 이 회사 전 대표이사 사장이 일제 불매운동 비하 등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박아무개 전 <경기방송> 대표이사 사장의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제출 진술서를 보면, 박 전 사장은 지난해 8월5일 <경기방송> 간부들의 간부회식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현아무개 당시 총괄본부장이 ‘에이 문재인 때려죽이고 싶다’라며 말문을 열기 시작해서 ‘(일제 제품)불매운동해봐야 소용 있느냐. 100년간 국채보상이니 물산장려니 성공한 적 없다. 괜히 우매한 국민들 속여가지고 반일감정 부추겨서 총선에 이겨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그날 식사하는 내내 현아무개는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본인의 생각도 있고 유튜브를 인용한 발언도 있었는데 유튜브를 인용했다 할지라도 본인이 동의하고 본인 생각이 일치하는 내용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사장은 당시 간부회식에서 현아무개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 여러 명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현 본부장과 마주 앉은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서 이 말을 들은 윤아무개 보도2팀장과 노아무개 편성팀장은 “현 본부장의 말은 뉴스와 편성을 책임지는 총괄본부장의 말이고 사실상 취재 편성 가이드라인인데 일제 불매운동 비하와 대통령 욕설 등이 국민 정서와 어긋나고 받아들이기 괴로웠다”며 내부고발을 했다가 상사의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현 본부장은 당시 <한겨레>에 “내 말은 와전됐다. 회사 조사에서 대통령과 관련 유튜브에 보면 ‘문 대통령 때려죽이고 싶다’는 등 너무 노골적으로 비판한다는 톤으로 (내가) 말했다’는 당시 다른 참석 간부의 증언도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부인했다.
양쪽의 서로 다른 입장은 이후 진실공방으로 비화했지만, 박 전 사장이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진술하면서 진실공방은 사실상 끝이 났다.
박 전 사장은 “그의 발언을 듣는 동안 사장으로서 제지를 할까 했는데 여러 간부 앞에서 사장과 본부장의 의견 대립으로 비춰질까 참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9일 노아무개 피디 등이 <경기방송>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 사건에서 부당해고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7일 <경기방송>은 폐업 결정문을 낸 데 이어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폐업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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