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를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6명으로 늘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첫 대규모 집단감염이 가족, 접촉자 등에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11일 오후 4시 기준, 서울시·경기도·인천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입주한 한 콜센터 직원과 접촉자 등 최소 96명이 코로나19 양성·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에서 67명, 경기에서 14명, 인천에서 15명이다. 신천지예수교와 경북 청도대남병원, 충남 천안 줌바댄스에 이어 네번째로 규모가 큰 집단감염 사례다.
특히 콜센터가 위치한 서울에서 확진자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서울시 확진자 67명 가운데 콜센터 직원이 52명, 그의 가족이 15명에 달한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58살 콜센터 직원이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1일 그의 남편(61)과 아들(31)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10일과 견줘 다행히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날까지 부천시 5명, 광명시 1명, 안양시 6명, 김포시 1명, 의정부시 1명 등 모두 14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거주자 47명이 이 콜센터와 관련해 자가격리 조처됐다. 인천시에서는 콜센터 직원 13명과 이 직원과 같은 식당에서 식사한 남성 등 접촉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콜센터 안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번질 가능성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콜센터 직원의 가족과 접촉자 가운데 1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콜센터 직원들이 오랜 기간 증상이 있었는데도 일상 생활을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콜센터 직원(53·마포구 거주)은 지난달 28일 증상이 나타났으며, 그동안 인근 병원과 약국 등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또다른 직원(48·양천구 거주)도 확진 판정을 받은 10일까지 5일을 출근했으며, 식당, 패스트푸드점, 병원 등을 다니며 일상 생활을 해왔다.
제주도에 다녀온 확진자도 있었다. 11일 제주도와 서울 동작구청 등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 4일 기침과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이후 6일까지 콜센터에 출퇴근했으며, 7일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다녀갔다. ㄱ씨는 제주버스터미널 인근 식당, 제주시 조천읍 함덕 마트와 편의점 등을 들렀으며 같은 날 밤 9시1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도는 ㄱ씨의 제주 이동 동선을 따라 방문한 장소에 대해 방역소독을 했으며, 접촉자를 조사해 밀접 접촉자를 격리할 계획이다.
이날까지 가족 등 접촉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확진자는 콜센터가 입주한 코리아빌딩 11층에서 일한 직원들이다. 방대본은 같은 층에서 일한 직원 207명 전원의 역학조사와 검체 검사를 하고 있다. 코리아빌딩 7~9층에도 같은 회사인 콜센터 직원들이 근무 중이어서 전체 직원은 553명 정도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전체 직원에 대해서 자가격리 조처 및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7~9층 직원 가운데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코리아빌딩 오피스텔 거주자 전원을 진단검사하기로 했다. 현재 해당 건물은 전체 소독 작업을 마친 뒤 1층부터 12층까지 사무실 공간을 전면 폐쇄했다.
채윤태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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