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 평택항의 한 물류창고에서 필리핀에서 반환된 폐기물을 소각장으로 보내기 위해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욱…” 바닥에 흩어진 폐기물 옆을 지나던 한 주민이 악취를 참지 못했는지 자리를 급히 피한다. 잘게 조각난 채 뒤엉킨 폐기물은 예전에 어떤 쓰레기였는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하루 전 내린 비로 흥건히 젖은 바닥 위에 흩어진 폐기물 잔재들을 작업자들이 빗자루로 분주히 쓸어 담는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항의 한 물류 창고 마당. 컨테이너가 가득한 마당 앞에서는 지게차로 컨테이너 속 폐기물을 소각장으로 옮겨갈 암롤박스에 담는 중이었다. 이 폐기물들은 지난 2일 필리핀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해 민다나오섬에서 평택항으로 되돌아온 올해 1차 폐기물 800여t(컨테이너 50대 분량) 중 컨테이너 30대 분량의 일부다. 나머지 컨테이너 20개 분량은 제주도에서 나온 쓰레기인데 처리를 위해 울산시로 보내졌다.
‘평택시민환경연대’ 회원 10여명이 이날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평택시 직원이 “부두에서 1차 소독하고 작업 중 냄새가 너무 나서 연막소독도 한다”고 설명한다.
국비 10억원을 지원받은 평택시는 폐기물 배출처로 평택항의 한 물류업체를 지정했다. 작업에 들어간 해당 업체는 물류창고 마당에 2.5m 높이의 방진막을 임시로 설치했지만 이를 본 한 시민은 “저게 눈가림막이지 무슨 방진막이냐”고 혀를 찼다.
평택항의 한 물류창고에서 차로 5분 거리의 한 소각장 모습. 용량이 부족해 화성시의 한 소각장으로도 폐기물이 갈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4666t의 필리핀 폐기물을 들여오더니 또 평택이냐”며 “왜 물류업체가 2차 폐기물 처리를 하냐?”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이어 신생아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치른 평택시는 5천여t의 폐기물 처리까지 평택항에서 이뤄지자 뒤숭숭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명수 서평택환경위원회 위원장은 “평택항의 컨테이너를 옮기는 것은 물류업체의 일이지만 뜯는 순간 폐기물인 만큼 당연히 침출수 처리시설과 방진 시설을 제대로 갖춘 중간처리업체가 해야 시민들도 안전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병우 평택시 환경농정국장은 “폐기물 옮기는 장비가 폐기물처리업체엔 없다고 하더라. 어차피 평택에 주소지를 둔 폐기물업체가 수출할 때도 물류업체 장비로 했다. 환경부로부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했다.
평택항을 통해 필리핀에서 올해 되돌아올 폐기물은 5177t으로 평택시는 연말까지 6~7차례 걸쳐 이를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온이 오르고 바람이 불면 폐기물의 분진 비산과 악취는 물론 장마로 인해 폐기물 침출수의 방출도 우려된다.
김훈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는 “지난해 1차로 온 폐기물은 배에서 하역하지 않은 채 돌아왔지만 올해 돌아온 2차 폐기물은 민다나오섬에 흩어져 있다가 회수해 들여오는 것이라 그곳에 어떤 병해충이나 필리핀 쓰레기가 뒤섞여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시 관계자들은 “방진막 등의 시설을 앞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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