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문익환 선생을 배출하는 등 민족·민주운동의 산실 구실을 해온 한신대가 목사에게만 주던 총장 자격을 세례 교인으로 넓혀 일반인도 총장에 취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기로 했다. 한신대의 총장 선출 자격 변경은 개교 80년 만의 일이다.
학교법인 한신학원은 14일 총장 선출 자격의 변경안을 대학 쪽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2월16일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총장 선출 자격에 관한 연구 모임이 보고한 “총장 선출 자격을 한국기독교장로회 세례교인으로서 교육경력(또는 목회경력) 10년 이상인 자로 한다”는 안건을 참석 이사 13명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기존에는 총장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목사로서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로 한정했다. 한신대의 총장 선출 자격 변경은 1940년 조선신학원으로 문을 연 뒤 80년 만에 그리고 종합대학인 한신대로 출범한 지 40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변경된 규정은 이사회의 정관 개정 통과 시 2021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며 교단 목사 외에도 교수와 전문 경영인 등 사회의 다양한 참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일원 한신학원 이사장은 “입학정원 감소, 부족한 재정 등으로 대학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많은 기독교 대학들이 총장의 자격을 넓혀 나가고 있다. 한신대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제 진보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총장 자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신대에서는 총장 선출 자격 확대를 놓고 내부 논의가 이어져 왔다. 과거 김수행·정운영 교수 등이 총장 선출 문호의 확대 등을 통한 대학 발전을 학내에서 제기했으나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17년 연규홍 현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연 총장은 취임 당시 한신대 총장의 자격 요건을 완화해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까지 인재 풀을 넓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신대는 최근 수년간 총장 선출에 따른 내홍을 겪었으며 학교와 교수, 직원, 노조대표 등 4자 협의회를 통해 총장 자격 변화와 선출 방법에 대한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연 총장은 “총장 자격 조건 개정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대학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제2창학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한신대의 큰 결단이자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의 큰 성과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한신학원은 차기 이사회를 열어 총장 자격 변경에 따른 정관 개정안을 의결하는 한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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