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사립학교들이 경기도교육청의 위탁채용 강요 반대 등을 내걸고 집회를 열기로 하면서 각 사립학교에 1곳당 10명 이상 참여할 것과 참석자 명단을 사전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른바 ‘집회 참석자 할당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사립법인협의회)는 12일 오후 2시 수원의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위탁채용 강요 반대, 법정부담금 전입률에 따른 기본운영비 삭감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기로 하고 각 사립학교에 궐기대회 및 집회 안내문을 발송했다.
협의회 쪽의 행사안내문을 보면, 행사 당일 많은 인원(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집회 참석 교원과 직원은 연가(조퇴)처리를 하고 1개 학교당 10명 이상 참석해 주셔야 원활한 행사가 가능하다면서 학교 1곳당 참석자 수를 제시했다. 또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의 명단을 적어도 행사 당일까지 사전에 경기도회 사무국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사학법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집회에 교직원을 동원하려는 구태적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엄연한 공교육 기관에 종사하는 교직원을 사학의 이해관계에 얽힌 집회에 인원을 할당하여 동원하겠다는 발상은 학교의 자주성과 교육의 공공성, 그리고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수업권 침해가 우려되는 매우 심각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경기도교육청에 즉각적인 복무점검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립법인협의회 관계자는 “협조 요청을 보내기는 했으나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참석을 알려온 곳을 보면 1명 참석하는 곳도 있고 55명이 참석하는 곳도 있다. 참여하지 않는다고 제재 수단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사립법인협의회가 주장하는 도교육청의 ‘위탁채용 강요 반대’와 ‘법정부담금 전입률에 따른 기본운영비 삭감 반대’의 내용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 신규 채용 시 학교가 직접 뽑는 것이 아닌 도교육청이 주관해 1차 필기시험을 치르고 합격자를 대상으로 이후 면접 등의 채용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은 교육부가 올해 7월 사립학교 교사 신규 채용 시 교육청과 사전 협의토록 한 ‘사립 초중고교 교원 신규 채용 표준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사립학교 정규 교원 신규 채용 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1차(필기시험) 전형 합격자 중에서 이후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하도록 사립학교에 권고하고 있다.
사립학교들은 그러나 이런 조처가 사립학교의 고유 인사권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반발해왔다. 반면, 전교조는 위탁채용은 교사 채용 부정을 막고 공립학교만큼 질 좋은 교사 충원을 위한 것인 데다 1차 전형에서 5배수를 뽑고 이후 사립학교가 5배수 안에서 최종 합격자를 뽑는 만큼 인사권 침해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교직원의 보험료 등 학교법인에서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이 적은 사립학교법인에 대해 기본운영비를 삭감하겠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학법인들은 이런 조처가 사학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 편견 등에 따른 것으로 사학의 운명이 걸린 만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기도 내 248개 사립학교의 법정부담금 평균 납부율은 지난해 기준 15.7%로 전국 평균 납부율 17.3%보다 낮은 상태다. 사학법인의 법정부담금 미납은 학교 재정 전반을 악화시키고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결국 국민 혈세로 메꿔야 한다고 전교조는 반박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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