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시장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부인 강난희씨(왼쪽). 채윤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시장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광훈 목사인가? 그 분 목사님 맞는가?”라며 “(그가) 지금 두 달이 거의 돼 가는 긴 기간 동안 철야 집회를 하면서 주민들이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집회와 시위라고 하는 권리는 헌법이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본적인 인권이지만, 그게 주민을 힘들게 만들고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면 그건 너무 과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원순 시장은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리는 과도하게 많은 집회·시위가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며 “헌법이 규정하는 대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제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회 시위법의 개정을 하거나 집회에 합리적 제한을 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화문광장의 과도한 집회·시위의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렸다. 박 시장은 “여의도의 분열과 갈등이 광화문광장의 분열과 갈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거칠고 때로는 폭력적인 집회가 나타나는 것은 결국은 여의도에서 어떻게 갈등을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를 만들어 내느냐에 많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서울시가 직접 광화문광장을 운영해야 할까? 시민대표를 뽑아서 광장 운영권을 시민에게 주면 어떨까? 또는 광장이 조금 휴식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광화문광장 휴식제를 도입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수 없이 한다”고 아이디어를 내놨다.
박 시장은 집값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를 촉구했다. 그는 ‘서울 집값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저도 괴롭다. 그러나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앙정부가 과감하게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혁, 규제를 해주면 좋겠다.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데 왜 안 잡는가. 시장 권한이 아닌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예산과 권한으로 따지면 모든 국민에게 집 한 채씩 다 주는 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사업과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을 중단한 일을 꼽았다. 그는 “이미 재개발을 쭉 하고 있는 것을 중단시키는 것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기자분들이 많이 얘기했는데, 잘못된 것 혹은 잘못됐을 거라고 의심되는 것은 과감히 중단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용기”라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강북구와 금천구에서 한 달씩 살아보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해 “약속은 지켜야 한다. 금천(구)에는 한 달 연속 있을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금천구에는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한달동안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서 살았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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