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시가 수원 군 비행장 이전 문제를 놓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이전 예정지로 지정된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일대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갯벌이 있는 곳이 수원 군 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와 가까운 탓에 습지보호지역 지정 문제가 군 공항 이전 사업의 또다른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경기도는 “화성시의 매향리 갯벌 습지보호지역 신청과 관련해 보호지역 지정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해양수산부에 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매향리 갯벌이 해양수산부의 ‘2017년 국가해양생태계 종합조사’에서 연안 습지 등급평가 기준(최대 개체 수, 보호종 개체 수, 전세계 1% 종 수 등)상의 모든 기준에서 최고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받는 등 습지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매향리 갯벌은 50여년 만에 미군 사격장이 폐쇄된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농섬을 비롯해 이 일대 연안 약 20㎢(2000㏊) 지역이다. 민물도요새와 큰뒷부리도요 등 47종의 바닷새가 최대 3만2천여마리 관찰돼 2018년 국제철새보호기구(EAAFP)에 등재됐다.

문제는 매향리 갯벌이 국방부가 2017년 2월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화옹지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연안 습지로 지정되면 화옹지구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경로와 포개져 문제가 될 수 있고, 이후 내륙 습지로 확대되면 환경단체 등과 갈등이 생기면서 군 비행장 이전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군 비행장 이전사업은 국방부의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이후 화성시의 반대로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화옹지구 간척지를 미리 정하는 등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화성시가 반대한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가 매향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편 해수부는 26일 화성시 화성 드림파크에서 주민설명회를 여는 데 이어, 12월에 중앙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내년 2월께 습지보호지역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