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대 농대 교정에서 열린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의 축제 모습. 경기문화재단 제공
“자본금 40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연간 매출액이 많게는 3억원 정도 돼요.”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서둔로 옛 서울대 농대 교정 상상캠퍼스에서 만난 투스텝스 대표 하석호(29)씨는 이렇게 말했다. 투스텝스는 쓰리디(3D)프린터를 제작하고 이에 대해 교육을 하는 업체다. 매출액 0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매출액 3억원 가까이 증가 했고, 직원도 5명을 둘 만큼 성장했다. “대학 3학년 때 쓰리디 프린터 제조기술을 갖고 11곳에 스타트업 신청을 했어요. 모두 탈락하고 좌절하다가 삼 년 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죠.”
2003년 서울대 관악교정으로 학교가 옮기면서 13년간 폐허가 됐던 옛 서울대 농대 교정이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청년·지역 문화예술활동가를 키워내는 ‘문화공장’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3D프린터로 연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투스텝스 직원들. 오른쪽이 하석호 대표. 홍용덕 기자
경기문화재단은 지난달 27일 옛 서울대 농대 교정으로 이전했다. 20년 동안 수원 도심에 자리했던 ‘인계동 시대’를 마친 것이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103-1번지 일대 옛 서울대 농대 터는 26만7000여㎡로 이 가운데 경기문화재단이 입주한 곳은 15만여㎡다.
재단이 입주하기에 앞서 2016년부터 농대 건물들을 하나씩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옛 서울대 농대 농원예학관은 재단 본부가 들어선 ‘생활 1980’으로 탈바꿈했다. 옛 농화학관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창작 공간인 ‘청년 1981’로 바뀌어, 문화 스타트업체 40여곳 200여명이 입주했다.
또한, 옛 대형강의실은 융복합 문화 공연과 전시, 워크숍이 열리는 ‘공간 1986’으로, 옛 농업공작실은 전문장비를 활용한 기술과 교육, 시제품 생산이 가능한 ‘공작 1967’로 새롭게 단장했으며 옛 농업교육학관은 지역 문화예술활동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1964’로 바뀌었다. 옛 농대 교정이 바깥 모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첨단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과거 학생들로 붐볐던 캠퍼스는 이제 4차산업 시대 문화예술을 고민하는 20~30대 청년들로 북적인다. 토요일마다 이곳 숲에서는 시민 주도의 ‘포레(숲)포레’와 ‘포레시네마, 포레음악회’, ‘대화의 정원 가든파티’등의 문화 행사가 이어진다.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이런 문화행사에 벌써 지역 주민 등 40만여명이 다녀갔다.
옛 서울대 농대로 이전한 경기문화재단 건물 배치도.
방치된 대학 교정이 청년 문화공장으로 뜬 이유는 무엇일까. 118㎡의 사무실을 쓰는 하 대표는 “월 임대료가 싸고 다른 청년들과 창의적 협업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고 꼽았다. 사무실 1곳당 월 7만~40만원으로 임대료가 부담 없는 데다 오픈 부엌, 수면실, 공용오피스, 공용작업실 등 다양한 공유공간을 갖춘 개방형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청년들에게 인기 있다는 설명이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매일 새롭고 젊은 생동감으로 넘치는 공간에서 도민들 모두가 문화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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