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결과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밝히는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 채윤태 기자
감사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 대해 일정한 평가 절차 없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김태호 공사 사장의 해임을 서울시에 권고했다. 감사원은 또한 정규직 전환자 1285명 가운데 15%가량이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도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비리가 없었던 것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감사원이 30일 발표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법령에 따른 능력의 실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체의 평가 절차 없이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반직으로 신규채용했다”고 밝혔다. 감사 과정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1285명 가운데 192명(14.9%)이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였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6년 이른바 ‘구의역 김군 사건’ 이후 승강기 안전문 유지보수 업체 직원을 직접고용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사로 통합되기에 앞서 옛 서울메트로가 재직자의 친인척 1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한 사례가 있는데, 이들 가운데 2명이 미리 채용계획을 알고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청탁하는 등 부당하게 채용됐지만 일반직 전환에 포함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지방공기업 인사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대해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해임 등 적정한 조처를 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시는 ‘일체의 평가 없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시대적·역사적 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충분한 노사합의를 거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정규직 전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한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는 위법성이 드러난 사안이 아닌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감사를 통해 친인척 채용 비리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규직 전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한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일반직 전환자 가운데 공사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192명에게 채용 비리와 관련한 위법성이 드러난 게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비리가 없었다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친인척 채용 의혹은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이 ‘권력형 채용 비리 게이트’로 이름 붙여 제기했고, 이에 박원순 시장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답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날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비정규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서류·면접심사표 등을 작성하지 않거나 폐기하는 등 불공정 채용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추가 및 후속 조처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특혜나 비리가 없는 이상 친인척이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조속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업무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의 부실한 인식 수준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채윤태 조혜정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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