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지(DMZ)포럼 참석자들이 19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함께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반도의 통일은 오랫동안 유지돼온 유무형의 장벽을 허무는 일입니다.”
남북 정상의 ‘9·19 평양공동선언’ 1돌을 기념해 1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엠제트(DMZ) 포럼 2019’에서 유네스코 평화문화 친선대사인 판티낌푹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평화 구현은 겸손과 인내를 요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9살이던 1972년 6월8일 베트남전 당시 불에 타버린 옷을 벗어던진 채 울며 달아나는 그의 모습은 당시 <에이피> 통신 기자 닉 우트의 카메라에 담겼다.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그의 사진은 베트남전 종식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17번의 수술을 거친 판티낌푹은 “어린 소녀로서 제가 겪은 가장 강력한 것은 전쟁의 파괴력이었다. 소이탄이 제 몸의 60% 이상을 타게 한 고통을 매일 겪으면서 소이탄이 아니라 분노와 증오 그리고 희망 없음이 나를 죽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주변의 따뜻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전쟁의 공포를 기억하고 같은 피해자를 돌보는 나눔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판티킴푹 킴 국제재단 이사장이 19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디엠지(DMZ)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판티낌푹은 “평화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용서는 어렵고 되돌려준다는 것은 희생을 필요로 하며 화해는 노력을 요구한다”며 “남북 지도자들과 국민 모두 이 도전 과제를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2015년 5월24일 전세계 여성평화운동가 30명과 함께 북한에서 직접 비무장지대를 걸어서 넘어오는 위민크로스(Women’s Cross) 캠페인을 펼쳤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세계에 이 분단 경계란 뚫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임의로 설정한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고 정치적 의지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지도자들이 북한의 비핵화만이 평화회담의 필수 여건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접근은 (과거로의) 후퇴다. 비핵화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려면 우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남북한 국민과 정부의 염원을 존중해 한국전쟁의 종식을 선언하고 임시적인 휴전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정치운동가가 19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디엠지(DMZ)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또 “전쟁과 군사주의는 가장 취약한 집단인 어린이와 여성을 폭력의 희생자로 만든다. 한국의 평화정착 과정에서 진정한 안보는 억압, 권력의 차이 그리고 군사주의에 대한 의존성을 줄일 때 찾아온다는 남북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국외 인사 외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완상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