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 지시’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직권남용 및 선거법 위반 등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티브이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시도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상기)는 6일 이 지사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친형의 강제입원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선고와 함께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친형 강제입원 시도’ 혐의(직권남용) △분당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검사 사칭 부인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친형) 이재선의 정신건강 치료를 위해 용인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한 사실을 숨긴 채 경기도지사 후보자 티브이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에 관여한 바 없다’ ‘자신이 절차 진행을 막았다’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친형 강제입원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친형이 정신질환으로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오로지 친형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려는 의도로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 공판에서 이 지사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4~8월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인 고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도록 지시하는 등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이런 사실을 부인한 혐의도 받았다.
이 지사 쪽은 즉각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 지사 쪽 관계자는 “친형 강제진단 혐의가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도민들의 상식에는 벗어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직권남용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최종 확정받거나 공직선거법에 따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최종 확정받게 되면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 지사 쪽이 상고하면 대법원은 사실 및 법리 관계를 따져 항소심을 확정할지 또는 고법으로 파기환송해 재심리를 하도록 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 지사는 선고 뒤 오후 2시40분께 굳은 표정으로 법원 청사를 나왔다. 이 지사는 법원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경기도청으로 복귀해 태풍 대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태풍피해 대비 대책을 점검했다.
1심에 이어 무죄 판결을 기대하며 법원 앞을 지키던 지지자 100여명은 참담한 표정 속에 “이게 나라냐”며 법원 청사를 향해 항의하거나 일부는 그대로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정하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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