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학생 3천여명이 3일 오후 수원교정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손종국 전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뜻으로 빨간색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학비리로 구속됐다가 15년 만에 이사 후보로 선임된 손종국 전 경기대 총장의 복귀에 대한 경기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대 교수와 노조원, 학생들은 “손 전 총장이 ‘이사가 되면 거액을 빌려준 특정 교수를 총장을 시켜주겠다’며 매관매직하는 등 대학을 또다시 사학비리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부에 손 전 총장의 이사 선임 불허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회와 총학, 노조가 참여한 ‘경기대 손종국 전 총장 학내 복귀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경기대 공대위)는 3일 교육부에 “학교법인 경기학원 손종국 이사 선임 승인 불허 청원서를 냈다”고 밝혔다.
공대위 관계자들은 “손 전 총장이 2010년 10월31일 자신에게 10억원 이상을 차용해준 ㅇ 교수에게 구재단(설립 재단)이 학원 정상화 후 (ㅇ 교수를) 경기대 총장으로 참여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명백한 매관매직”이라고 밝혔다. 또 “손 전 총장은 이사가 된 후 3년, 또는 2020년 6월까지 (빌린 돈을)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난 4월 집이 강제경매에 들어가는 등 본인이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에서 채무 변제는커녕 대학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손종국 전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위)과 찬성하는 국민청원(아래).
공대위가 교육부에 낸 증빙자료에는 손 전 총장의 자필 서명이 든 차용증과 총장 임명을 약속한 위임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 자료는 손 전 총장의 비리로 교육부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던 경기대가 2014년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학교법인 경기학원이 손 전 총장 등 옛 재단의 복귀를 막기 위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낸 것이다.
교수회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 당시 사학분쟁조정위는 이런 자료를 들춰보지도 않은 채 구재단 인사들의 이사 복귀를 허용했고 이것이 지금 손 전 총장의 이사 복귀로 이어졌는데 교육부는 이번에는 반드시 이러한 사학의 적폐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종국 전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며 3일 오후 대규모 집회를 연 경기대 학생들이 집회를 마친 뒤 교내 행진을 하고 있다.
14일째 이사장실을 점거한 채 손 전 총장의 이사 선임 철회와 이사진 전원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경기대 총학생회는 3일 수원교정 대운동장에서 학생 3천여명이 참석한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손 전 총장의 이사 선임과 학교 복귀 반대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최윤성 경기대 총학생회장은 “이사회가 날치기식으로 과거 경기대 비리의 핵심인물이었던 손 전 총장을 이사로 선임한 것은 경기대 구성원들의 민주적 뜻을 짓밟는 행위”라며 “아직도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고, 교육기관을 사리사욕으로 채우려는 손종국의 복귀를 막기 위해 모든 행동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대 설립자의 아들인 손 전 총장은 2004년 12월 교수 채용을 빌미로 1억원을 받아 챙기고 교비 49억원을 부당전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경기대 관계자는 “이사 선임은 법인에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학사운영에 조금도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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