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바닷가 절벽에 집을 지으며 형성된 부산의 흰여울마을은 2011년부터 부산 영도구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지역 예술가들이 빈집에 작업공간을 마련한 뒤 마을을 꾸미면서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시킨다는 평가와 함께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을 남기면서 유명세를 탔다. 관광객이 급증하자,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왔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마을 곳곳은 몸살을 알았고, 주민들은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가 커지자 주민들이 나섰다. 이들은 관광객 때문에 삶이 파괴된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동영상 등을 만들어 “흰여울마을은 관광지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사는 마을입니다. 행여 마을에 오신다면 가져오신 쓰레기는 담아가시고 마을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의 삶이 파괴되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은 국외 유명 관광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관광지에서 관광객을 ‘거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생각하는 국내 관광지 가운데 오버투어리즘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어디일까.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6~7일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해 설문조사를 해 2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오버투어리즘이 가장 심각한 곳은 제주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4.5%가 제주도를 꼽았다. 서울 북촌한옥마을과 전주한옥마을이 각각 10.5%, 9.5%의 응답률로 2, 3위에 올랐고, 부산 감천문화마을(5.2%)과 부산 해운대(3.1%)가 뒤를 이었다.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불편으로는 응답자의 41.4%가 ‘높은 혼잡도로 인한 관람객 불편’을 꼽았다. 이어 ‘긴 대기시간’(17.2%), ‘부족한 주차공간’(15.2%), ‘소음·쓰레기 등 처리 미흡으로 인한 불편’(14.4%), ‘부족한 편의시설’(7.6%), ‘불친절한 서비스’(4.4%) 등 차례였다.
응답자들은 오버투어리즘의 원인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 발달과 개인 일상 공유 트렌드로 인한 포토존 쏠림 현상’(33.8%)을 주요하게 꼽았다. 에스엔에스에 남기는 이른바 ‘인증샷’ 문화가 오버투어리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관광객의 에티켓 문제’(23.8%)와 ‘관광 증가를 예상 못한 관광 인프라 대비 부족’(19.2%), ‘급증한 관광수요’(12.1%) 등의 순서로 조사됐다.
오버투어리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역할을 꼽았다. 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29.4%가 ‘시간과 공간 제한을 통한 관광객 분산 유도’를 꼽았다. ‘관광객 규칙 제정 등 관광문화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응답도 28.8%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관광객 수 제한 등 직접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17%를 차지했다.
한국은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내놓은 국가별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30개 나라 가운데 관광환경 조성에서는 24위, 관광 인프라에서는 27위, 관광정책 및 기반 조성에서는 ‘꼴찌’인 30위를 차지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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