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 내손동 주민들이 6월21일 중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25일에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인구 4만여명이 사는 동네에 중학교가 1곳도 없어요.”
지난 23일 경기도 의왕시 내손2동 e편한세상 4단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선거 때마다 시장 등 정치인들이 ‘내손중 신설’을 약속했지만, 수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결국 나섰다. 주민들은 지난 2월 ‘내손중 설립 추진봉사위원회’를 꾸렸다. 발로 뛰며 주민 4226명의 서명을 받아 의왕시와 군포 의왕교육지원청에 중학교 설립을 요청하고, 청와대에 국민청원도 올렸다. 학부모 한유정(42)씨는 “중학교가 없어서 아이들이 1.5㎞ 떨어진 갈뫼중이나 백운중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갈뫼중 통학로에는 모텔촌이 줄지어 있고, 백운중은 비닐하우스촌에 덩그러니 학교만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염려된다. 일부는 안양 평촌으로 위장 전입해 중학교에 가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내손2동은 주택재개발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2009년 2500세대를 시작으로 2012년 2422세대 등이 입주하면서 이곳은 인구 4만여명의 소도시가 됐다. 그런데 재개발 과정에서 이곳에 있던 백운중은 1.5㎞ 떨어진 포일동으로 이전해버렸다. 중학교는 없고, 초등학교만 3곳이 있는 기묘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재개발에 앞서 중학교 부지를 확보해 달라는 교육지원청의 요구를 의왕시가 거부했다는 점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재개발사업 협의 중에 우리는 인구 증가를 따져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의 부지를 확보하라 했는데 의왕시가 ‘그러면 재개발조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학교 신설을 거부했다. 당시 관련 공문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존 학교는 옮기고 학교 신설 부지 확보는 재개발사업자의 이익을 고려해 묵살되면서 뒤늦게 입주민과 학생들만 중학교가 1곳도 없는 애꿎은 피해를 겪는 셈이다.
주민들은 현재 내손2동에 초등학교 터로 지정된 유휴지 1만1천여㎡에 중학교 신설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시교육지원청은 이에 “주민 요구는 이해되지만 주변의 3개 중학교에 43개 교실이 이미 비어있어 추가 신설은 어렵다”는 태도다.
학교 신설을 약속하고 당선된 정치인에 대한 주민 불만도 높다. 학부모 송보은(38)씨는 “김상돈 의왕시장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교육청 설명을 들어봐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라’는 등의 말만 한다. ‘선거 때 보자’는 목소리도 크다”고 말했다.
신 의원 쪽은 이에 “주민들 오해다. 2, 5, 6월 주민간담회와 도 교육감 면담 등 다각적인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 쪽은 “시의 교육문제 중 80%는 내손중 신설이 차지할 만큼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내손중 설립 추진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