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소리울도서관 1층에서 장정옥 팀장이 2천여곡의 클래식과 팝 등을 내장해 연주하는 전자 자동 그랜드피아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서관 1층에 들어서자 익숙한 곡이 울려 퍼졌다. 비틀스의 ‘헤이 주드’다. 커다란 전자 그랜드피아노가 자동으로 곡을 연주하는 동안 도서관 한쪽 벽면에는 비틀스가 연주하는 영상이 비쳤다. “도서관을 찾는 시민은 원하는 곡을 컴퓨터로 선곡해 들을 수 있고, 직접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있어요.” 장정옥 오산시중앙도서관 소리울팀장이 말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원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뒤쪽 산자락에 있는 소리울도서관은 음악 소리로 방문객을 맞았다.
소리가 울려 퍼져나간다는 뜻의 소리울도서관은 소장된 책을 빌리거나 책 읽는 종합도서관과 달리 악기를 전시하고 악기를 체험하며 악기를 빌려주는 전국 최초의 악기도서관이다. 시민들은 비싼 악기를 사지 않고도 빌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이색도서관은 외형부터 남다르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2995㎡ 규모의 도서관 외관은 악기도서관답게 기타 모양이다. 내부는 ‘빛우물’이라는 건축형태로 3층 유리창 천장에서 1층까지 자연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어졌다. 개방형 안뜰 주위를 중심으로 1~3층의 건물 내부 공간이 사각형의 도넛 모양으로 배치돼 자연스럽고도 편하다.
소리울도서관 지하 1층에 있는 악기대여관과 체험관 중 건반악기 모습.
도서관 안에는 2만여권의 음악 장서 외에도 국악기와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 전자악기, 건반악기 등 180여종 1000여대의 악기로 채워져 있다. 어린이들과 시민들은 도서관 지하 1층에서 악기를 연주해보고 빌릴 수도 있다. 악기에 따라 대여료가 있는데, 월 1천원에서 3만원가량이다. 최장 5개월까지 빌릴 수 있다.
오산시 소리울도서관 3층에 마련된 공연장인 소리울아트리움의 모습.
1층에서는 음악 관련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2층에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3개의 연습실과 2개의 음악강좌실, 국악실 등이 마련됐다. 3층에는 4개의 연습실과 녹음실, 음악동아리방, 보컬실,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소리울 아트리움이 들어섰다. 이론 공부와 연주실습은 물론 프로듀싱과 공연까지도 가능한 공간들이다.
악기전문가 한승희씨는 “국내 각종 악기박물관이 악기를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쇼케이스에 그친다면 이곳 악기도서관은 말 그대로 어린이를 비롯해 시민 누구나 악기를 만지고 느끼고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악기 연습과 공연도 할 수 있어서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한 개념의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오는 22일 개관한다. 시민에게 소리를 빌려줄 소리울도서관은 설날과 추석 휴일과 매달 하루씩 악기를 청소하는 날을 빼면 언제나 이용이 가능하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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