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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면 해”…원장 폭언에 멍든 공립유치원

등록 2019-07-05 05:00수정 2019-07-05 20:19

전교조 경기지부 공립유치원 교사 568명 조사
단설유치원 교사 절반 복무 불만…갑질 피해 호소
전교조 경기지부와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원장 등 관리자들의‘갑질’ 대책을 호소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제공
전교조 경기지부와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원장 등 관리자들의‘갑질’ 대책을 호소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제공
“작년에 신규가 넷인데 떡 하나도 못 얻어 먹었잖아.”

지난 3월 중순께 경기도 내 한 공립유치원 교무실에서 원장이 이렇게 말하자 원감은 “(신규들이) 그러고도 살아남았어요”라고 되받았다. 한 공립유치원 교사는 “잘못된 관행인 상납을 간접적으로 강요한 것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교무실에서 이런 말을 들은 교사들은 당황스러움과 함께 죄책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경기도 내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원장·원감 등의 폭언과 인격모독 등의 갑질에 열악한 근무환경이 더해지면서 10명 중 9명이 유치원 근무 시 질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의 ‘공립유치원 교사 근무환경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경기도 교육청의 학교 자율화와 학교 혁신과 정반대로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관리자의 각종 ‘갑질’로 피해를 호소했다. 이번 조사는 도내 공립유치원 교사 568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공립유치원 한 행정실에서 늦은 저녁을 하던 2명의 교사가 물을 떠 와서 먹자 행정실장이 ‘어른이 있는데 자기들만 먹는 게 말이 돼’라며 다른 교사에게 ‘행정실은 내가 다 교육했는데 교무실은 어떻게 교육한 거야”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초과 근무하면 ‘선생님 너무 무능력한 거 아니냐’”라고 무시하거나 업무 지시를 내리면서 “하라면 해…”라고 윽박지르고 문서를 수정하라면서 교사의 등을 때리는 등 갑질 피해도 다양했다.

근무환경의 열악함도 호소했다. 정시에 퇴근하지 못한다는 교사는 전체 교사의 57%였고, 학교에 부속된 병설유치원과 달리 단독 건물에 설립된 단설유치원 교사들은 77.5%가 정시 퇴근이 불가능했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2%가 초과근무 사유 발생 시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당직근무가 늘고 있는데 단설유치원의 경우 77.9%가 아침·저녁 당직으로 교사들의 피로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복무만족도 역시 낮아 전체 응답자의 32.4%가 부정적으로 답했고 단설유치원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55.8%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체 유치원 교사의 92.8%가 교사로 근무하면서 질병을 얻었다고 호소했다.

왕정희 전교조 경기지부 유치원위원회 위원장은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관리자 갑질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경기도 교육청에 △관리자 갑질 근절 대책 마련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정상화 방안 마련 △유치원 전담 갑질 신고센터 운영 등을 요구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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